학교도 당국도 방관…학폭 대책마저 소용 없었다

윤아림 2023. 4. 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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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때리거나, 심한 말을 하는 것 말고 더 은밀한 괴롭힘도 있습니다.

휴대전화 단체방에서 벌어지는 소리없는 학교폭력입니다.

이번 사례처럼 억지로 채팅방에 불러들여 끈질기게 고통을 주는 걸 비롯해 유형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피해를 증명하기 어렵다 보니 정부 대책도 피해자에겐 도움이 안 됐습니다.

오히려 학교는 피해자인 주원 양에게 전학을 가라고 권했습니다.

이어서 윤아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원 양은 2012년 이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중학생이 됐다는 설렘도 잠시, 여름방학을 앞두고 주원 양에 대한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중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그게 워낙 초창기 일이잖아요. 그 부분은 지금 현재는 제가 확인해드릴 순 없어요."]

집단 따돌림과 언어폭력, 흔적을 남기지 않은 가해였습니다.

당시 학교 측은 이런 사실을 알았음에도 주원 양에게 전학을 권유했습니다.

[이기철/故 박주원 양 어머니 : "아이들 보복으로 커지고 이런 사안들을 계속 얘기를 하면서 이제 전학을 가는 것을 권유를 했고요."]

정부는 주원 양에 대한 학생들의 가해가 시작되기 넉 달 전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피해 학생에게 전학 권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학폭위를 매 분기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열도록 했습니다.

억울한 전학을 막고, 학폭을 주기적으로 학교 측이 점검하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주원 양의 학교에서는 철저히 무시됐습니다.

그러는 사이 가해 학생의 괴롭힘은 고등학교까지 이어졌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대처가 있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용수/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또 보복이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전학을 가라고 권유했다는 것은 교사로서 의무를 아주 방기한거라고 보입니다."]

결국, 극심한 고통에 내몰린 주원 양에겐 정부 대책마저 소용 없었습니다.

KBS 뉴스 윤아림입니다.

촬영기자:최하운/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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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림 기자 (ah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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