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보 후보들이 승리한 4·5 재·보선, 여권은 완패 뜻 새겨야
전국 9곳에서 실시된 4·5 재·보궐 선거가 진보 후보들의 약진과 여당의 완패로 끝났다. 유일하게 국회의원을 새로 뽑은 전북 전주을에선 강성희 진보당 후보가 승리했고, 울산교육감으로는 진보 진영의 천창수 후보가 당선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도 최덕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초의원으로 선출됐다. 민심은 불통과 독주로 일관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매서운 경고를 보냈다.
진보당은 오랜 와신상담 끝에 원내 교두보를 마련했다. 강 당선인은 민주당이 이상직 전 의원 구속 후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전주을에서 39.07%를 얻어 친민주당 무소속 후보들과 여당 후보를 눌렀다. 2017년 2명의 현역 의원(김종훈·윤종오)이 있는 민중당으로 출범해 2020년 현재 이름으로 바꾼 진보당으로서는 3년 만에 국회 입성의 꿈을 이뤘다. 더 멀리는 2015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이후 8년 만에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전기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 간부 출신인 강 당선인이 선거에서 강조한 ‘진보적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노옥희 교육감 별세로 치러진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선 노 전 교육감 남편인 천 후보가 61.94%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총선·지방선거에서 보수 성향이 우세했던 울산 표심이 여전히 교육감은 진보의 정책과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당대표 지역구가 있는 울산 선거에서 교육감은 진보 후보에게, 구의원 선거(남구나)는 민주당에 진 충격에 휩싸였다.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여당의 김경민 후보도 8%를 득표해 5위에 그쳤다. 김 후보 득표율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전주시장 후보로 출마해 얻은 15.54%의 반토막 수준이다. 경북 구미와 충북 청주 등에서 4명의 광역·기초의원이 당선됐지만, 이날 오전까지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은 데서 여당의 당혹감이 느껴진다.
4·5 재·보선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치른 두번째 전국선거이고, 김기현 대표 체제의 첫 시험대 성격도 띤다. 여권으로선 집권 1년도 안 돼 질적·양적으로 완패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속에 재·보선에 담긴 차가운 민심까지 헤아리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더 매서운 심판에 직면하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탕평 인사에서 멀어진 국정을 성찰하고, 눈앞에 닥친 경제·민생 위기를 살펴야 한다. 여당은 당내 권력투쟁과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협치에 나서는 것이 위기 극복의 출발선임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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