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청 처벌했지만, ‘솜방망이’ 그친 중대재해법 1호 판결

기자 2023. 4. 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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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가 숨진 중대재해법 사건으로 원청 회사 대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6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회사 대표 B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회사 대표 등은 지난해 5월 경기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 현장 하청노동자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3개월 만에 원청책임을 인정한 유죄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양형이 법 취지를 구현할 정도로 엄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산업안전법 위반으로 인한 산재사망 사건에서도 2~5년을 양형기준으로 정한 점에 비춰봐도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다.

재판부는 양형사유에 대해 “건설노동자 사이에서 만연한, 안전난간의 임의적 철거 등 관행도 사망사고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안전난간의 임의적 철거 관행을 감경사유로 판단한 것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작업 과정에서 안전난간을 치울 수밖에 없는 사정이었다면 사업주가 관리·감독을 했어야 한다. 재해예방 노력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묻지 않고, 관행이라는 이유로 감경해준다면 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진다. 중대재해법 1호 판결이 ‘사망재해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사실을 기업들에 확인시켰다는 노동계의 비판과 우려가 과하지 않다.

중대재해법 적용대상 229건 중 노동부가 검찰에 송치한 것은 34건, 이 중 재판에 넘겨진 것은 14건에 불과하다. 재해 발생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1년 넘게 걸리는 사건도 허다하다. 중대재해법이 이렇게 무디고 더디게 적용되니 산재가 줄어들 리 없다.

검찰이 지난달 31일 노동자 3명이 숨진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삼표그룹 오너인 정도원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은 주목된다. 애초 고용노동부가 전문경영인인 이종신 대표이사를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이 실질적 경영책임자를 확인해 기소한 것이다. 재판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검찰이 뒤늦게나마 법 적용 의지를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중대재해법은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는 사회적 염원이 담긴 법이다. 정부와 사법부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한국의 일터 안전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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