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 수세 몰린 중국…WTO에 “美 공정 원칙 위배” 조사 압박 [뉴스+]

김희원 2023. 4. 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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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수출 규제 합류…中 첨단 반도체 개발 ‘제동’
中, WTO에 “3국 협의 존재 소상히 밝혀달라” 압박
반도체 고립 심화하는 중국…“정당 이익 방어할 것”

미국 주도 수출 규제로 첨단 반도체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해당 행위가 ‘공정무역’ 원칙에 위배된다며 조사를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미국과 네덜란드에 이어 일본까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에 동참하자 국제기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까지 ‘손절’…“3국 행위 불공정”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이 반도체 기술에 대한 미국 주도의 수출 제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을 WTO에 촉구했다고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WTO 중국 대표들은 이번 주 정기 회의에서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려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 움직임은 WTO의 공정성과 투명성 원칙을 위반한다”면서 “반도체 수출 제한에 관한 3국의 합의가 있는지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합의가 있다면 이를 회원국에 알릴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WTO의 조사 실시를 압박했다.

이런 발언은 일본이 지난달 31일 반도체 장비 등 23개 첨단 제품을 수출 규제 대상으로 추가한다고 발표한 뒤 나온 것이다.

일본은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42개 협력국 외의 국가에 해당 품목 수출 시 경제산업상 허가를 받도록 해 사실상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는 웹 사이트에서 “일본이 제안한 조치는 본질적으로 특정 국가의 강압하에 중국에 대한 해로운 행위”라며 “이는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손상시킬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이 양자 반도체 협력을 방해한다면 중국은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며 일본 반도체 제조 장비 최대 수출 대상국이다. 유엔 국제무역센터 따르면 2021년 일본이 수출한 반도체 장비의 40%를 중국이 차지했다. 약 1억1800만달러 규모였다. 이는 같은 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모인 6800만달러, 네덜란드 2500만달러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일본 언론들은 도쿄 일렉트론, 니콘 등 10개 이상의 일본 기업이 이번 수출 제한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이미 WTO에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관련 분쟁해결절차 소송을 제기했다. 통상 WTO의 분쟁해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현 상황에서 중국이 승소하더라도 마땅한 보복 조치가 없는 데다 미국이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중국이 WTO에서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제기한 것도 실질적인 해결보다는 미국의 불공정 행위를 국제사회에 널리 강조하기 위한 성격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변국까지 압박…美의 집요한 중국 ‘왕따’ 전략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9년 5월 자국 기업이 화웨이, SMIC 등 중국기업에 부품을 공급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 했다. ‘안보 위협’을 근거로 들었다. 

이런 기조는 조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고성능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와 기술을 수출할 때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일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네덜란드와 일본에도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했다. 네덜란드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독점 생산 기업인 ASML이 있다.

네덜란드는 2020년부터 EUV를 중국에 수출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은 EUV의 이전 버전인 삼자외선(DUV) 노광장비까지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네덜란드는 지난해까지 “국가 안보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다”면서 반발하는 태도를 유지했지만 지난 1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남 “반도체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확장한다”고 말을 바꿨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의 8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네덜란드,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수출 제재를 확대해 나가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섬)는 큰 난관에 부딪칠 전망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5일 “국가 안보의 개념을 일반화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는 것은 자유 무역과 다자간 무역 규칙의 원칙에서 심각하게 벗어났다”는 중국 WTO 연구협회 부회장 훠젠궈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중국은 WTO를 통해 우려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항소를 제기해 정당한 이익을 방어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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