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세월호 엄마들의 연극 도전기…다큐 영화 '장기자랑'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월호 참사 9주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이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상처를 극복해가고 있는데요.
연극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을 제작한 이소현 감독 만나봅니다.
어서 오세요.
이소현 영화감독 / 영화 '장기자랑' 연출
안녕하세요.
서현아 앵커
먼저 이 시청자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소현 영화감독 / 영화 '장기자랑' 연출
네, 안녕하세요.
저는 다큐멘터리 감독 이소연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다큐멘터리 '장기자랑'을 만들어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 영화 장기자랑이 어제 개봉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어머니들을 다룬 이야기인데 어떤 영화입니까?
이소현 영화감독 / 영화 '장기자랑' 연출
참사 후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던 어머니들이 우연히 연기를 배우고 공연을 올린 후 극단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처음에는 무대 위에 올라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떨리는 일이었지만 200여 회 이상의 공연을 하게 되면서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공연 날짜가 잡히고 캐스팅 발표가 있던 날 급기야 몇 명의 어머니들은 주인공이 되지 못해 극단을 그만두게 되는 일이 생기는데요.
왜 어머니들이 연극에 이렇게 목숨을 걸게 되었을까요.
다큐멘터리 장기자랑은 그에 얽힌 뒷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이 작품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여타의 작품들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비통함 대신에 유쾌함이 가득 담긴 영화인데요.
이렇게 접근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이소현 영화감독 / 영화 '장기자랑' 연출
참사 피해자들이 미디어에 나오는 모습은 말씀하신 대로 굉장히 일관됩니다.
비통함에 슬퍼하거나 비통함에 분노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데요.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첫 번째 감정인데요.
이러한 모습들은 참사의 비극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로 인해 오히려 참사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기도 하고 참사를 더욱 멀리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는 생각을 좀 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제 배역을 가지고 질투도 하게 되고 싸우고 또 화해도 하면서 공연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친구이고 이웃이다,
이렇게 좀 가깝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흔히 '피해자 다움'이라고도 하는데 그러니까 피해자는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서 좀 벗어나서 엄마들의 어떤 개별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입니다.
엄마들이 연극을 통해서 변하는 과정도 보셨을 것 같은데요.
어떠셨습니까?
이소현 영화감독 / 영화 '장기자랑' 연출
이 장기자랑이라는 연극에서 주연을 맡은 예진 어머니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2학년 여고생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시작하셔서 두 달 만에 십오 키로 감량에 성공하시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조연을 맡아서 너무 화가 많이 나셨던 영만 어머니 같은 경우는 정말 연기 연습을 열심히 하셔가지고 어떻게 국립극단 연출님께 눈에 띄어서 함께 협연하는 공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좋은 소식이네요.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영화에 출연하신 어머니들께 무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소현 영화감독 / 영화 '장기자랑' 연출
현재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출이신 김태현 감독님께서는 이제 어머니들께 연기를 알려주면서 처음 생각하셨던 것이 어머니들께 합법적으로 웃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해요.
자식 잃고 웃어도 되나 뭐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컸는데 마음껏 웃어도 되고 울어도 되는 곳,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치는 곳이 무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 의미가 있는 공간이군요.
영화는 3년 반 동안 찍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한데요?
이소현 영화감독 / 영화 '장기자랑' 연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단원고등학교 공연이 끝났었던 순간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이 장기자랑이라는 공연 자체에는 특정 어떤 고등학교라고 이렇게 표현이 되진 않지만 어머니들이 모두 단원고 교복을 입고 공연을 하시는데 관객석에 앉은 학생들도 모두 단원고 학생들이라서 교복을 입고 있는데 공연이 끝나고 이 학생들이 어머니들을 모두 다 안아주셨어요.
그런데 그 순간 뭔가 하나 되고 위로받는 느낌이 이제 제가 굉장히 강하게 받아서 그 순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 학생들이 다녔던 학교 아니겠습니까.
어머님들과 감독님 그리고 학생들까지 참 어떤 치유의 시간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 꼽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소현 영화감독 / 영화 '장기자랑' 연출
이 연극 장기자랑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냐면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면서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과정을 좀 담고 있어요.
이 연극 속 아이들은 그런데 제주도로 실제로 떠나서 도착을 해서 장기자랑을 올리게 됩니다.
제가 이 연극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 장면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보여줄지 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공연 중에 단원고에서 어머니들이 그 공연을 올릴 때 어머니들의 마음이 좀 제주도에 가서 닿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도착하는 것처럼, 그래서 그 장면을 단원고를 떠나 팽목항을 지나 제주도에 도착하는 장면을 이렇게 찍었는데 그 장면을 가장 애정하고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영화에서도 그렇고 연극 장기자랑에서는 아이들이 다 같이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을 합니다.
이 장면을 위해서 감독님께서 좀 신경을 쓰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이소현 영화감독 / 영화 '장기자랑' 연출
제주도에 도착을 하는 장면을 실제로 제주도에 가서 촬영을 했는데요.
조금 이상한 표현이지만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처럼 촬영을 했어요.
제주도에 아이들이 도착한 것은 실제로 보이지 않지만 도착 했다는 느낌이 모든 관객들이 다 느낄 수 있도록 촬영을 했는데 이 장면이 이제 가장 유념해서 찍은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세월호가 나오지 않는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으셨다, 이런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뭡니까?
이소현 영화감독 / 영화 '장기자랑' 연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저는 2019년부터 촬영을 시작했었고 그때가 참사 5주기였었는데 이 다큐멘터리가 끝나는 순간이 진실 규명과 함께 어떤 해피엔딩의 순간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해피엔딩의 순간은 보이지 않았고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가 비극으로 끝난다면 우리 관객들이 참사를 바라볼 때 아 이것은 모든 참사는 비극이 될 수 밖에 없어라고 느끼지 않을까, 그래서 어떻게 하면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순간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부분이 굉장히 저한테 어려웠던 부분인 것 같아요.
서현아 앵커
네, 영화의 엔딩을 좀 많은 분들이 극장에 가서 함께 보시고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영화에 출연한 어머니들이라든지 어떤 뭐 시청자들이라든지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이소현 영화감독 / 영화 '장기자랑' 연출
세월호 참사 후에 이제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많은 국민들이 하셨을 것 같아요.
근데 이 다큐멘터리는 그런 관객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는 인사 같아요.
우리 잘 지내고 있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내서 우리 아이들 기억하고 우리 아이들 진실 규명을 위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는 어머니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분들, 우리 국민들이 함께 보면서 기억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어떤 이 울분을 웃음으로 그리고 고통을 희망으로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용기를 내는 엄마들의 장기 자랑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