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디지털 교육의 미래…예체능·정서 관리까지
[EBS 뉴스]
인공지능 같은 디지털 기술과 교육의 융합은 전 세계적인 화두입니다.
우리나라도 오는 2025년부터 학교 현장에 본격적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인데요.
오늘 EBS 뉴스에선 디지털 교육의 미래와 과제를 집중해 들여다 봅니다.
먼저, 최근 영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에듀테크 박람회를 통해, 글로벌 에듀테크 기술의 현주소를 짚어봅니다.
황대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하얀 화면에 글씨를 쓰자, 관련 과목의 디지털 교과서가 실행됩니다.
3D 이미지를 돌려보고, 궁금한 내용은 손으로 눌러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목을 수학으로 바꿔봤더니, 문제와 함께 개념설명까지 해줍니다.
한국어를 포함해 지원되는 언어만 수십 가지입니다.
헝가리의 에듀테크 기업이 개발한 디지털 교과서인데, 서책형 교과서를 스마트기기의 특성에 맞게 재구성했습니다.
독서 수업에 쓰이는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들의 읽기 실력에 따라 맞춤형 도서를 제공하고 진도까지 관리해줍니다.
인터뷰: 유수프 버스 CEO / 폭스톤북스
"학생들의 이해도를 점검하고, 단어 시험도 치러줍니다. 선생님들이 책 내용을 활용해 숙제도 낼 수 있습니다."
예체능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술을 이용해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도록 유도하는가 하면, 음악과 미술에도 디지털 기술을 적용합니다.
인터뷰: 도미닉 무어 / 바이쥬스 유럽·아프리카 담당
"괴물 선생님들이 아이를 지도해서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도록 합니다. 그 그림을 앱으로 갖고와서 마법같은 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거죠."
학생들의 정서를 관리하는 기술도 나왔습니다.
자살, 자해 같은 위험 단어를 자주 검색하면 자동으로 교사와 학부모에게 알리는 프로그램인데, 개발사는 올해의 혁신 기업으로 뽑혔습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도 학생들의 감정 상태를 이모티콘으로 표현해 교사들이 심리 상태에 맞는 지도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인터뷰: 마크 스파벨 디렉터 /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을 사용해 본 교사가 마치 20명의 보조교사와 함께 수업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이번 달 종료한 국제 에듀테크 박람회 벳쇼에 참가한 기업은 600곳이 넘고, 참가자 규모도 150개국 3만 명에 달했습니다.
디지털 교과서와 학습 관리부터, 학생 심리 지도까지, 교육에 첨단 기술이 개입하는 영역은 넓고 또 깊어지고 있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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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현지에 다녀온 취재기자와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황대훈 기자, 교육부가 특별히 실사단까지 구성을 해서 파견을 했는데요.
벳쇼 2023, 어떤 의미가 있는 행사입니까?
황대훈 기자
네, 에듀테크 분야를 다루는 박람회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국 교육 훈련 및 기술 전시회의 약자를 따서 벳쇼라고 부르고요.
IT 업계의 가장 큰 행사인 CES에 빗대서 에듀테크계의 CES라고도 불립니다.
1985년부터 진행된 나름 전통 있는 행사인데요.
이번에 교육계에서 주목하게 된 것은 우리 교육부가 처음으로 방문단을 파견했기 때문입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교육부 직원들이 꼭 직접 가서 봐야 된다 여러 차례 강조를 했다고 합니다.
장상윤 차관을 비롯해서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부서의 직원들이 현장을 많이 찾았고요.
교육부 기자단도 동행 취재를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교육부가 그만큼 디지털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건데요.
영국에서는 이미 이런 기술들을 학교 교육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요?
황대훈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은 2019년부터 정부가 나서서 에듀테크 활성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에듀테크 분야의 선도 국가로 불리는데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이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사교육 시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 영국은 공교육 현장에 많이 도입되어 있는 게 특징입니다.
영국의 학교들은 예산 자율권을 가지고 필요한 에듀테크 상품들을 쇼핑하듯이 골라서 구매를 합니다.
실제로 박람회 참석자 가운데도 많은 숫자가 현직 교사들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이렇게 학교 교사들이 직접 기술을 골라서 계약까지 맺는 건 상당히 부담이 되는 일 아닙니까?
황대훈 기자
그래서 교사들과 에듀테크 기업들을 연결해 주는 게 중요할 텐데 영국에는 교육기자재협회, 우리로 따지면 한국디지털교육협회 같은 민간 기업들 모임이 있습니다.
이 단체를 통해서 교사들이 에듀테크 상품을 무료로 써보기도 하고 상품에 대한 후기도 공유하면서 어느 정도 품질 관리를 이뤄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장상윤 차관이 직접 이 단체의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기도 했는데요.
교육부도 이번에 학교가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나라 장터에 에듀테크 카테고리를 신설한다고도 합니다.
서현아 앵커
우리 교육 현장에도 사실 에듀테크 활용이 굉장히 화두인데 교사들의 역할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황대훈 기자
사실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이렇게 현장에 교사들이 와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여러 부서를 둘러보면서 확인을 해 보고 구매하고 계약하는 것까지가 새롭게 교사의 업무에 추가가 되는 셈입니다.
지금 재미있는 장면 하나 보여드릴 건데요.
지금 화면에 지금 나오고 있는 저 장면입니다.
올해 벳쇼부터 처음 도입된 커넥트라는 행사인데요.
기업과 교사가 마치 이 스피드데이트를 하듯이 15분씩 매칭된 상대와 대화를 나누고 계약을 맺을지를 이야기해보는 그런 행사입니다.
워낙 부스도 많고 기술도 다양하다 보니까 우리 학교가 이런 기술이 필요한데 예산이 이 정도다, 이렇게 제출을 하면 주최 측에서 조건이 맞는 기업을 이렇게 매칭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하게 된 거죠.
서현아 앵커
학교마다 필요한 기술을 골라서 쓸 수 있다는 건 장점이기는 한데 그만큼 교사들이 발품을 많이 팔아야 되는 거네요.
황대훈 기자
그렇습니다.
또 재밌는 사례 하나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지금 화면에 보시면요.
교사가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가 되기도 합니다.
수업을 하다 보니까 내가 이런 기술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면 창업을 하게 되는 건데요.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이 전현직 교사들로 이루어진 벤처기업 '에브리바디카운트'에서 만든 수학 교육 앱입니다.
30년 동안 수포자들을 가르쳐온 교사들이 아예 학생들을 위한 앱을 우리가 직접 개발해보자 이렇게 뭉친 겁니다.
어떻게 교사가 창업자가 될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물어봤는데요.
답변 한번 들어보시죠
[VCR]
인터뷰: 주디 호르니골드 / 에브리바디카운트 창업자
"제가 교사가 된 이유는 수학에 열정이 있기 때문이었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이) 하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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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훈 기자
저 말을 한국 교사들에게도 전해줬으면 한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지금 저 교사가 창업하는 회사에는 학교에서 아직도 수업을 하고 있는 현직 교사도 있고요.
창업을 하게 되면서 학교를 아예 그만두게 된 교사도 있습니다.
이번 행사만 이렇게 교사가 창업한 기업들이 40곳 넘게 벳쇼에 참여를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우리 기업들도 22곳이 참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교육부와 현장 간담회도 있었다고요?
황대훈 기자
아무래도 국내 현실이 해외하고 많이 다르다 보니까 에듀테크 기업들 입장에서는 좀 아쉽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요.
어떤 목소리가 나오는지 한번 직접 들어보시죠.
[VCR]
인터뷰: 구재명 부장 / 유비온
"(해외가) 부러웠던 것들은 학교나 교사분들이 적극적이고 또 만들어진 것들을 사용하시면서 필요한 것들을 계속해서 말씀해주시면서 선순환되는 구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뭔가 중앙에 모이다보니까 시장이 많이 형성되지 않는 게…."
인터뷰: 이은승 대표 / 다비다
"교육부 같은 큰 기관을 진입하려면 저희한테는 장벽이 높다고 생각을 하고 아마도 대부분 큰 교육업체이거나 더 오래된 업체들 위주여서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면 스타트업이라도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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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훈 기자
이렇게 보시다시피 학교가 좀 더 개방이 됐으면 좋겠다, 공교육 현장이 좀 더 에듀테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게 더 시장화 됐으면 좋겠다, 이런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또 에듀테크 기업들은 평가원이 보유하고 있는 학생들의 학업 데이터를 개방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아시다시피 이 데이터 연구 목적으로도 잘 공개하지 않는 데이터들이죠.
이런 기업들의 요구에 대해서 장상윤 차관은 우리 교육계의 사교육과 공교육을 가르는 이분법적 벽이 있다면서 서열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술이 공교육에 들어오는 데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제는 우리가 변화해야 할 상황이다, 교육 분야의 편견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발언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일단 정부 관계자가 에듀테크 기업들의 목소리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이렇게 봐도 되겠습니까?
황대훈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공교육 영역을 민간 기업들에게 개방하고 교육 예산에 흘러가게 만든다면 당연히 예산이 풍족한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사이에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고요.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사이에도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만 지금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은 교육 현장에 기술이 진입하는 속도는 확실히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고요.
이 기술들의 언어 장벽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한 나라에만 기술을 팔겠다는 기업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요.
클릭 한 번에 수십 가지 언어로 금방 옷을 갈아입고 있는 기술 발전 속도 때문에 해외 에듀테크 기업들의 국내 진출도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당장 우리도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교육의 공공성과 기술의 효용성 사이에서 어떤 정부가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에 관심이 집중될 것 같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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