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잃고 학폭 소송 이어온 엄마…변호사 연속 불출석에 '황당 패소'
8년 전 딸을 잃은 어머니가 학교폭력으로 소송을 이어왔지만, 어이없는 이유로 졌습니다. 변호사가 재판에 나가지 않은 건데, 해명도 사실과 달랐다고 합니다.
먼저 박사라 기자입니다.
[박사라 기자]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2015년 세상을 떠난 고 박주원 양의 어머니는 교육청과 학교, 가해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습니다.
1심 재판에서 가해자 1명에게만 책임이 인정됐지만, 지난해 11월 이마저 패소했습니다.
결과는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사건을 대리한 권경애 변호사가 다섯달이 지나서야 결과를 말해줬는데 소송에서 진 이유가 더 황당했습니다.
권 변호사가 세 번 재판에 가지 않아 소송이 취소된 겁니다.
[이기철/고 박주원 양 어머니 : 법원까지 갔는데 그 앞에서 쓰러져서 못 갔고 두 번째는 다음 날로 날짜를 수첩에 잘못 적어놔서 못 갔다고…]
이 해명도 사실과 달랐습니다.
[이기철/고 박주원 양 어머니 : 내가 알아보니 세 번을 안 간 거야. 두 번을 못 갔을 때도 할 수가 있었대요. 재판이 끝나지 않을 수 있었대요.]
수 년 간 힘들게 이어 온 소송을 지면서 소송비까지 물어줘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런데 권 변호사 말에 더 화가 났다고 합니다.
[이기철/고 박주원 양 어머니 : 배상하겠다고. 돈이 문제냐고. 내가 지금 돈 때문에 지금 여기까지 왔느냐고 내가.]
사건이 언론에 나가면 재심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권 변호사의 입장을 들으려 소속 법무법인을 찾았지만 이미 퇴사하고 휴대전화도 꺼놓았습니다.
[전원이 꺼져 있어…]
대한변호사협회는 권 변호사의 징계를 위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앵커]
어머니에게 법원은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어디에서도 딸의 죽음이 학폭 때문이란 걸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8년의 시간을 혼자 싸워온 어머니는 또다시 무너졌습니다.
여도현 기자입니다.
[여도현 기자]
아빠 한달 휴식주기 가족사진찍기 꾹꾹 눌러쓴 버킷리스트에는 주원이의 평범한 꿈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주원이의 시간은 8년 전에서 영원히 머물러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주원이의 소셜미디어에 경고글이 올라오고 단체대화방에 초대해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교실에 들어가기무섭다, 카톡으로 험담을한다, 친구와 잘지내고싶다' 학교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간 후 계속된 트라우마 등에 스스로 생을 내려놓았습니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지만 결과는 '가해자, 피해자 없음'.
경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기철/고 박주원 양 어머니 : 물리적인 폭력이 보이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씀하시는 게 이게 말이 되나…]
청소노동자인 어머니가 억울함을 풀어주려 노력했지만 달리진 건 없었습니다.
학교폭력이 맞다는 심리부검 결과도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기철/고 박주원 양 어머니 : 상식적으로 이렇게 잘못된 상황에 왜 우리 주원이가 구제받지 못하는 거냐고. 더 많은 정순신이 생길 거고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 있을 것이고 죽어갈 것입니다. 제2의 주원이, 제3의 주원이는 매년 생겨나는 것입니다.]
(화면제공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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