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호 판결에 비판 잇따라…"원청 대표 처벌은 의미"
"기존 처벌 어려웠던 원청 대표에 대한 유죄 선고는 중요한 의미"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이 나온 가운데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다만, 기존에 처벌하기 어려웠던 원청 업체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서는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재판은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의 범위와 안전 의무 기준, 처벌 수위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됐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6일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에 벌금 3천만원을, 회사 대표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안전 관리자인 현장소장에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경영자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유죄로 나온 것이다.
온유파트너스와 이 회사 대표 등은 지난해 5월 고양시 덕양구의 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하청 노동자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를 설명하며 처벌의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책임을 모두 피고인들에게만 돌리는 가혹하다고 판시했다. 건설노동자 사이에서 만연한 안전 난간 임의 철거 등의 관행도 사망 사고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유족에게 진정한 사과와 함께 위로금을 지급한 점,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사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점 등도 감형 사유가 됐다.
이에 따라 검찰이 법인에 벌금 1억 5천만원, 회사 대표에 징역 2년을 구형한 것보다 낮은 형이 선고됐다.
노동계 "산업안전보건법 형량보다도 낮은 관대한 처벌"
한국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법원은 원청 경영책임자와 법인에 대해 집행유예라는 관대한 처벌을 내렸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음에도 사실상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의 형량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사회적 공분으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망에서도 2년~5년을 양형기준으로 하고 있는 현실에서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선고는 너무도 낮은 형량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비난했다.
시민단체도 재판 결과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중대재해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도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것은 원청 대표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었는데, 기존의 산업안전법과 형량상 큰 차이가 없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원청 업체 대표에게 선고된 형량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산업안전보건법 형량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2021년 징역 10개월~3년 6개월' 수준이었던 기존 권고 형량 범위를 대폭 상향해 '징역 2년~5년'으로 변경했다. 죄질이 좋지 않은 특별 가중영역에 해당할 경우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까지 처벌이 권고된다. 수년 내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다수 피해자가 있는 경우는 10년 6개월까지 가중 처벌하도록 했다.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감형 사유로 참작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존 처벌 어려웠던 원청 대표에 대한 유죄 선고는 중요한 의미"
기존에 처벌하기 어려웠던 원청 업체 대표에게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한 점에 대해서는 중요한 의미로 평가했다.
중대재해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기존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과실치사로는 원청 대표를 처벌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번 유죄 판결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실질적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원청 대표이사를 처벌하려면 실제로 사고 위험을 인지했는지, 이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는지가 입증돼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법이 정하는 의무 위반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해졌다.
민주노총도 재판 결과를 비판했지만, 하청 노동자 죽음에 대해 원청기업의 대표이사에게 형사처벌을 선고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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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k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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