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벚꽃축제, BUT 꽃 없어요”
[KBS 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일명 '중꺾마'라고 해서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화제가 됐던 단어죠.
그런데 비슷한 단어 '중꺾축'이 최근 대전 동구에서 등장했습니다.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는 의민데요.
내일부터 사흘간 예정돼있는 대전 동구 대청호 벚꽃축제를 앞두고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예상되자 '그래도 축제는 열린다'고 구청장과 직원들이 홍보에 나선 겁니다.
이때가 벌써 지난달 30일, 벚꽃은 이미 만개한 모습이었는데요.
지금은 최근 내린 비와 함께 그나마 남아있던 꽃잎도 대부분 떨어진 상황이죠.
'중꺾축'뿐만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연예인을 패러디한 홍보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홍보를 접한 누리꾼들은 "꽃은 졌어도 조명이 끝내줘요" "대청호벚나무축제 하면 되죠"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가 대전 동구청 담당 공무원과 직접 통화해본 결과 "올해는 벚꽃이 너무 빨리 피어서 축제 취소를 논의할 겨를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벚꽃이 없더라도 대청호라는 호수의 장점을 살려서, 자연 속에서 즐기는 축제로 만들어보자"고 결정한 건데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꽃 다 지고 인제 와서 무슨 축제냐, 계획했다고 억지로 하지 말고 예산 낭비니 접어라" "그냥 알아서 즐기게 둬라, 이런 거로 혈세, 인력 낭비하지 말고" 이렇게 지적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올해 대전 동구처럼 '벚꽃 없는 벚꽃축제', 또, 시작하자마자 '벚꽃 엔딩 축제' 많았는데요.
서울 송파구는 어제부터 '호수의 봄축제' 열고 있지만, 원래는 '호수벚꽃축제'였던 이름을 바꾼 거고요.
지난 4일부터 열린 '영등포 여의도 봄꽃 축제'도 개막 벚꽃 엔딩을 맞았습니다.
지자체들의 봄꽃축제 시기는 기상청과 각종 기상 전문 업체의 정보를 통해 결정되는데요.
예측하기 힘든 이상 기후가 그만큼 잦아지고 있는 겁니다.
[김정식/기상청 기후과학국 기후변화감시과장 : "단기적으로는 올해, 내년 이렇게는 개화 시기가 빨라졌다 늦어졌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개화일이 빨라지는 것이 잘 보이고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기후)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상청은 지난해 "온실가스 감축이 없다면 21세기 후반에는 2월에 봄꽃이 필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봄꽃 개화 시기 변동은 이처럼 지역 축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서는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꽃 개화기가 짧아지면 꿀벌의 먹이 활동도 짧아져, 각종 작물의 수분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고요.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내년 봄꽃축제를 계획해야하는 지자체도 고심이 깊습니다.
변화무쌍한 기후가 앞으로도 계속될 거란 우려에 아예 '봄꽃'이라는 단어를 축제 이름에서 빼 버려야 하나 고민인 겁니다.
[김종혜/대전 동구 대청호관광팀장 : "소재를 딱 '벚꽃'으로 집중하게 되면 '벚꽃이 없는 벚꽃축제'가 될 수도 있는데, 조금 더 저희가 전문가 의견이라든가 듣고 고심해서 포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축제명으로 잘 잡아서 꾸려 나갈 예정입니다."]
빨라지고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개화 시기, 차라리 '봄꽃 없는 봄꽃축제'로만 끝나면 다행이죠.
봄이 빨라졌다는 사실이 담고 있는 여러 위험성을 생각해 봤을 때, 봄꽃을 보고 있는 우리 시야도 지구 전체로 넓혀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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