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중국 찾은 마크롱, 시진핑과 회담…“양국 공동 발전” 강조, 우크라전엔 원론적 입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을 국빈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6일 정상회담을 했다. 캐빈 매카시 미 연방 하원의장이 본토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동하며 미·중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날, 미국의 우방인 마크롱 대통령은 언뜻 상반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이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직접 맞으며 극진히 예우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을 시작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중국의 대외교류가 전면 재개되고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이후 유럽 국가원수의 첫 방중”이라며 “이번 방문이 중·유럽 관계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019년 11월 이후 3년 5개월만이다. 그는 전날 기업인 50여명을 이끌고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았다. 이번 방중은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은 (국제적) 안정성에 타격을 줬다”며 “나는 러시아가 이성을 되찾게 하고 모두를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는 데 있어 당신을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이훙젠(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각자의 입장에서 접점을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이지만 양측의 입장차 때문에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날 양국이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 기자회견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양측의 어떤 진전된 입장이나 합의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기자회견문에는 두 정상 간 합의사항으로 양국 관계의 상호 이익 및 공동 발전 추구, 전면적 교류 재개, 냉전적 사고와 블록 대결 반대 등 주로 중국이 원하는 사항들만 언급됐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 방중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논의보다는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와 대유럽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려는 중국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시 주석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중국은 화해 촉진과 정치적 해결을 견지하고 있다”며 “중국은 프랑스와 함께 이성적 자제를 유지하고 위기를 악화시키며 통제 불능으로 만드는 행위를 피할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엄숙한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평화회담을 재개하고 각측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고려하며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고 지속가능한 유럽 안보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입장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미·중 갈등 속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이 미국 쪽에 일방적으로 기우는 것을 견제하고, 경제 협력을 고리로 미국과 유럽 사이의 틈을 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시 주석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 후 우루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함께 가진 3자 회담에서 “두 사람의 방중은 대중 관계 발전에 대한 유럽 측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중·유럽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유럽 측과 함께 각 분야 호혜 협력을 활성화하고 간섭과 도전을 제거하며 중·유럽 관계 발전과 세계 평화·안정·번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에 마크롱 대통령의 의전과 예우에도 각별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 후 국빈 만찬을 연 데 이어 다음날인 7일에도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두 번째 회담과 비공식 만찬을 이어갈 예정이다. 시 주석이 베이징을 벗어나 외국 정상의 지역 방문에 함께하고 이틀 연속 회담을 갖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추이 소장은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의 광저우 만남은 양측이 이번 방문에 부여한 중요성을 보여준다”면서 “광저우에서의 두 번째 회동은 경제·무역 협력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전날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중국과 상업적 관계를 계속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며, 유럽은 대중국 무역과 외교관계를 축소하는 것에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동행했다. 에어버스는 이날 중국에 두 번째 여객기 생산라인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중국 항공기재집단공사와 여객기 160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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