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평 개학살 사건은 사회적 참사

경기일보 2023. 4. 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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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동물권보호단체 케어 대표

가습기살균제사건, 세월호사건을 사회적 참사라 부른다. 사건의 원인이 단지 개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있고, 사건의 결과가 다중이 비참하고 끔찍한 상태에 빠진 것이기 때문이다. 양평 개학살 사건은 정확하게 사회적 참사다.

양평 개학살 사건의 원인은 반려동물 번식업(브리더)에 있다. 영리 목적의 생산자는 불량품, 미판매 재고, 노후설비 문제를 안게 된다. 번식업자는 기준 미달의 개·고양이, 과잉생산 개·고양이, 번식력이 떨어진 개·고양이를 떠안게 된다. 이 남는 동물들은 특정 번식업자에게 한정되지 않는 우리 사회 번식업 전반의 짐이다.

이들이 보호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번식업자는 못 쓰는 동물들을 위해 막대한 보호비용을 감당하려 할까? 양평 개학살 사건은 이 동물이 처리된 한 현장이다. 반려동물이 되지 못한, 그러나 반려동물과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동물 1천500마리가 비참하고 끔찍하게 죽었다.

우리 앞에 그들의 사진과 영상이 있다. 견장을 벗어나기 위해 쇠창살을 악 물고 죽은 푸들이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구조된 레몬의 불안한 눈빛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 겪은 고통이 우리의 기억에 새겨지도록 두 눈 부릅뜨고 바라봐야 한다. 긴 시간,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고 우리는 그들이 돼야 한다. 우리가 말 못하는 그들이 돼 차돌처럼 행동하지 않는 한, 그들을 극단적 고통으로 내모는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없다. 그 강고함 앞에서 자기 위안의 몸짓만을 하다 멈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회적 참사에 대한 대응은 일반적으로 진상 규명, 피해자 지원,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개들을 어떻게 죽였고, 어디에서 데려왔는지, 개들을 넘기게 된 과정은 어떠했는지, 최악의 범죄 행위가 대규모로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사가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개들을 넘긴 자들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감독은 어떠했는지. 번식업뿐 아니라 경찰과 지자체가 조사 대상이다. 개인 측면뿐 아니라 제도 측면이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

양평을 계기로 전국의 모든 번식업, 경찰, 지자체가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 번식업자의 못 쓰는 동물 처리 문제는 전국 어디서나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물이 반려동물이란 이름으로 시민들의 삶 속으로 널리, 깊이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국회도, 정부도, 동물과 관련한 말의 성찬을 내놓는다. ‘동물보호에서 동물복지로’ 같은 구호가 대표적 예다. ‘동물보호’와도 거리가 먼 현실을 가리는 소음일 뿐이다. 반려인을 접대하는 말의 성찬 저편에 동물 그 자체가 있다.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고 자유를 구하는 그들이다. 진실로 동물 그 자체의 삶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양평 개학살 사건을 계기로 동물 관련 거버넌스는 전면적으로, 철저히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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