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성공시대] 레몬·토마토로 일군 자립의 꿈
휴농원 안은재 대표 내륙 최초 레몬농장 개척
이삭농원 조용언·이정란 부부 유기농토마토 인기
농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희망을 일구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충남의 귀농귀촌인은 2020년 4만 8893명에서 2021년 5만 5760명으로 14% 증가했다.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명벤처로 도약하고 있는 충남도내 15개 시·군의 귀농귀촌인들을 매주 한 차례씩 조명한다. 각 시·군의 귀농귀촌 지원 사업 정보도 모아 소개한다.
◇휴농원 내륙 최대 규모 레몬 재배=아열대작물로 비타민C의 대명사인 레몬. 각종 요리에서 음식맛을 돋우는 등 쓰임새가 많다. 해외가 원산지인 레몬이 국내, 특히 내륙에서 대규모 재배되고 있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자리한 휴농원(대표 안은재)이다. 안은재(58) 대표는 "그동안 국내 레몬 재배는 제주도에 국한됐다"며 "내륙의 레몬 재배는 휴농원이 최초"라고 말했다.
강원도 출신의 안 대표가 처음부터 레몬과 인연 맺은 것은 아니다. 귀농귀촌으로 천안에서 시작한 첫 작목은 무화과와 구지뽕. 2017년 송악으로 터전을 옮기며 특작인 레몬 재배에 도전했다. 레몬은 영하의 기온에서 2~3시간만 지나면 동사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휴농원은 하우스 내 난방은 물론 100m 깊이에서 끌어 올린 지하수를 활용한 수막시설로 온도를 유지한다. 안 대표는 만약을 대비해 겨울이면 비닐하우스와 맞닿은 숙소에서 잠 자며 레몬나무를 돌봤다. 레몬나무의 전지한 가지들은 파쇄해 친환경유용미생물, 소량의 유기농 유박, 흙 등과 섞어 완전히 가루가 될 때까지 1년여 간 발효시켜 나무의 영양을 강화하는 퇴비로 사용한다. 환경과 소비자 건강을 고려해 무농약 재배, 올해 유기농인증도 준비중이다.
안 대표는 판로개척에 SNS를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한창 바쁠 때도 새벽 2, 3시면 일어나 인터넷 카페, 블로그, 인스타 등에 농장 소식을 꾸준히 올렸다. SNS 홍보가 힘을 발휘하고 아산지역 로컬푸드 매장에 공급한 레몬이 인기를 얻으며 매출도 크게 올랐다. 안 대표는 "농원에 따로 저장고가 없다"며 "주문을 접수하면 다음날 수확해 당일 택배로 보내 향이 강하고 신선하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레몬 묘목도 판매한다. 레몬에 관심이 커져 서울, 순천, 광주, 울산, 사천, 거제 등 전국에서 레몬과 묘목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시련도 겪었다. 2020년 송악면을 휩쓴 수해로 400여 평 3동 비닐하우스 내 레몬나무들이 모두 침수피해를 입어 그 해 수확은 빈손에 가까웠다. 크고 작은 부상도 부지기수. 올해도 비닐하우스를 손보다가 낙상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졌다. 안 대표는 "어려움도 있지만 레몬나무 꽃이 만개해 하우스에 꽃향이 가득할 때면 절로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안은재 대표는 지역사회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아산시귀농귀촌협의회 사무국장을 역임했고 휴농원 SNS에 다른 농산품 구입 문의가 오면 송악지역 주민들을 연계해 도움 준다. 배움에 열정도 충만해 꽃차 자격증, 바리스타 자격증에 이어 지난 겨울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안은재 대표는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자칫 사업을 키우려다 보면 어느 순간 빚더미에 앉게 될 수도 있다"며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소득 창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삭농원 토마토 재배로 출발, 체험활동 연계 구상=조용언(65·아산시 영인면) 이삭농원 대표는 2008년 아산으로 귀농귀촌 전 경기도 평택에서 생활했다. 서울에서 운전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지인들과 평택에 운전전문학원을 설립해 운영했다. 농업은 우연히 선택한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 진학이 계기가 됐다. 조 대표는 "농학과 동기 중 한 명이 영인면에서 먼저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었다"며 "동기 농장을 종종 가고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동기들과도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레 농업에 관심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결정은 처음에 난관에 부딪혔다. 아내인 이정란(63) 씨 반대가 가장 강경했다. 하지만 조 대표가 반년 정도 친구의 농장에서 실습을 이어가는 등 진정성을 보이자 아내도 뜻을 꺾을 수가 없었다. 이정란 씨도 방통대 농학과에 입학해 졸업은 남편을 추월했다. 이삭농원은 토마토에 진력하고 있다. 여수가 고향인 조 대표는 고향 경험을 떠 올리며 토마토 재배에 특별함도 접목했다. 해풍을 맞고 자란 채소들이 강하고 억센 점에 착안, 서해 바닷물과 다른 영양소들을 섞어 토마토 잎 표면에 뿌린다. 친환경유용미생물을 활용해 흙의 힘도 키운다.
귀농귀촌 초기 가장 큰 어려움은 판로 개척. 서울과 평택 등 기존 생활지의 지인들에게 먼저 권했다. 반신반의했던 이들은 짠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이삭농원 토마토에 매료되며 판촉사원을 자청했다. 단골 증가에는 조 대표의 발품영업도 한 몫 했다. 아산은 물론 평택과 송탄 등 대단위 사업체가 밀집한 곳을 직접 찾아 시식용 토마토를 봉지에 담아 명함과 함께 제공하며 알렸다. 조 대표는 요즘도 외부 일정을 소화할 때면 꼭 토마토를 갖고 나가 홍보한다.
조용언 대표는 "맛과 품질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었다"며 "고객이 주문한 정량보다 항상 조금이라도 양을 더하고 수확한 토마토가 남으면 주변분들과 먼저 나누기 때문에 집에 남는 토마토가 없다"고 말했다.
고비도 있었다. 처음 영인면에 정착해 설치한 비닐하우스 2동이 2010년 태풍 곤파스에 반파됐다. 현지 지형을 숙지 못한 채 전문업자에게만 맡겨 시공한 점이 피해를 더 키웠다. 경제적 손실도 상당했지만 이후 비닐하우스는 현지 바람길을 감안해 설치 방향을 바꾸고 규모도 12동으로 세분화했다.
이삭농원은 토마토 재배와 수확에 그치지 않고 체험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도 준비중이다. 이를 위해 이정란 씨가 올해부터 교육기관에서 농업치유사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성공 귀농귀촌인의 길을 걷고 있는 조 대표에게 이따금 방통대 후배들이 진로 고민을 해온다. 조용언 대표는 "귀농귀촌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6개월이나 1년 정도 현지에 가 농사에 종사해볼 것을 권한다"며 "경험 없이 나섰다가는 돈은 돈대로 들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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