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심판에 공 훔쳐도 멋지다" 어필 도중 상대 투수에 연습구 꺼내주는 '배려'

양정웅 기자 2023. 4. 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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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서 올 시즌 첫 선발승을 거둔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 불명예스러운 메이저리그(MLB) 최초 기록도 세웠지만 인성도 빛났다.

오타니는 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2023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서 팀의 선발투수 겸 3번 타자로 경기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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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양정웅 기자]
오타니 쇼헤이(맨 오른쪽)가 심판에게 항의하던 중 시애틀 선발 크리스 플렉센에게 연습구를 던져주고 있다. /사진=롭 프리드먼 트위터 갈무리
[양정웅 스타뉴스 기자] 마운드에서 올 시즌 첫 선발승을 거둔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 불명예스러운 메이저리그(MLB) 최초 기록도 세웠지만 인성도 빛났다.

오타니는 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2023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서 팀의 선발투수 겸 3번 타자로 경기에 출전했다.

이날 오타니는 마운드에서는 6이닝 3피안타 4볼넷 8탈삼진 1실점, 타석에서는 2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특히 7회 초 공격에서 스코어를 4-1로 만드는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는데, 이후 7회 말 시애틀이 곧바로 2점을 따라갔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고 할 수 있다.

팀이 4-3으로 승리하면서 오타니는 개막 후 2경기 만에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클랜드와 개막전에서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를 펼치고도 불펜 난조로 선발승을 날렸던 오타니는 다음 경기에서 곧바로 이를 만회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6일(한국시간) 시애틀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러나 오타니는 이날 경기에서 다소 멋쩍은 장면도 보여줬다. 1회 말 마운드에서 4번 칼 랄리를 상대하던 오타니는 올 시즌부터 도입된 '피치 클락' 위반으로 1볼을 부여받았다. 경기 속도 촉진을 위해 신설된 피치 클락 규정은 투수가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내에 공을 던저야 한다.

이어 6회 초에는 타자로 한 차례 더 피치 클락 위반을 지적받았다. 타자 역시 8초 안에 타석에 들어서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는데, 오타니는 이를 지키지 않아 스트라이크를 받은 채 공격에 들어가게 됐다.

오타니는 역대 최초로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피치 클락을 위반한 선수가 됐다. 당연하겠지만 투타겸업 선수가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는 당분간 오타니만이 가지게 될 기록이다. 불명예이면서도 오타니에게는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오타니 쇼헤이(맨 왼쪽)가 6일(한국시간) 시애틀전 1회 말 종료 후 심판과 피치 클락 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와 관련해 오타니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했다. 1회 말 투구 종료 후 오타니는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과 함께 심판에게 다가가 피치 클락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투구를 위해 마운드로 올라간 시애틀의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29)이 이 과정에서 심판에게 연습구를 받지 못했다. 플렉센은 2020년 두산에서 뛰며 KBO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름이다.

심판과 대화를 나누던 오타니는 플렉센이 볼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놀란 표정을 지은 오타니는 급하게 심판의 볼 가방에서 공을 하나 꺼내 플렉센에게 던져줬다. 비록 상대팀 투수이지만 매너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메이저리그 투구 분석가인 '피칭닌자' 롭 프리드먼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장면을 소개하며 "심판이 공을 건네줄 때 받지 않으면 : 퇴장, 심판이 공을 주지 않아 훔치면 : 멋지다"라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지난달 28일 시범경기 도중 피치 클락 위반 후 심판이 주는 공을 받지 않았다고 퇴장을 당한 필라델피아 포수 J.T. 리얼무토(32)와 이날 오타니의 배려심을 비교한 발언이었다.

한편 플렉센은 5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첫 선발등판에 나선 그는 비교적 호투했으나 타선이 도와주지 않으며 고배를 마셨다.

오타니(맨 오른쪽)가 심판의 볼 가방에서 공을 꺼내고 있다. /사진=롭 프리드먼 트위터 갈무리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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