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닮는 전기·가스料 인상 `마냥 눈치보기`

한기호 2023. 4. 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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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민의힘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를 열었다.

2분기 요금 인상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세번째 회동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여론 수렴을 더 한 후 결정하기로 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더구나 전기요금 인상 결정이 미뤄지면서 운전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한전이 한전채 발행을 늘림으로써 지난해말처럼 자금시장을 경색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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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눈치에 결국 '폭탄 돌리기'
당·정 세번째 만나 결론 못내려
"뼈·살 깎는 구조조정"만 강조
야당시절 논리에 정면으로 배치
박대출(가운데) 국민으힘 정책위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와 국민의힘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를 열었다. 2분기 요금 인상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세번째 회동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여론 수렴을 더 한 후 결정하기로 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국전력(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천문학적인 적자 해소를 위해선 요금 인상밖에 근본적 해결책이 없으며, 정부 또한 인상을 요청하는 데도 여당이 여론 눈치를 살피며 결정을 미루는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표 논리'에 기대 요금 인상을 계속 미룸으로써 우량 기업이었던 한전과 가스공사를 망가뜨리고, 윤석열 정부에 폭탄을 넘긴 문재인 정부를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요금 폭탄 사태의 책임이 큰 거대 야당은 한술 더 떠 사실상 인상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정승일 한전 사장·최연혜 가스공사 사장, 시민단체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한전과 가스공사는 오는 2026년까지 각각 14조원, 총 28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건전화 노력을 추진하겠다는 자구 대책을 재보고했다.

이에 대해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 정도로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뼈와 살을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장은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도 문제의 해법인 요금 인상 시기를 묻는 질문엔 "지금은 결론을 내는 게 아닌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인상 결정에 앞으로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19년 11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이 "한전의 영업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가운데 향후 전기요금 인상에 정치적 개입의 여지가 있다. 한국은행과 같이 독립성을 가진 기구가 전기요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과거 야당 시절 논리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정부 측 인사인 박일준 차관은 "에너지 요금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정이 결정을 미루는 사이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는 쌓여가고, 한전채 발행 확대로 금융시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전 적자는 32조원, 가스공사 미수금은 8조원에 이른다. 한전이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2026년까지 전기요금을 ㎾h당 51.6원은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미룰수록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름철 전력소비량이 급증하는 3분기가 되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요금 인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더구나 전기요금 인상 결정이 미뤄지면서 운전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한전이 한전채 발행을 늘림으로써 지난해말처럼 자금시장을 경색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전이 적자 보전을 위해 발행한 한전채는 올들어 8조5400억원(5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 증가했다. 한전은 이번 주에도 500억원 안팎의 채권을 추가 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전채 발행 누적 잔액은 68조300억원으로, 전년 동기(39조6200억원) 대비 71.6%가 늘어난 상태다.

정승일 사장은 "한전채 발행으로 금융시장 경색이 다시 올 수 있다"며 "다른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어렵게 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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