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금요일 낮 퇴근해요"… 삼성·SK·카카오 `4.5일제` 열풍
슈프리마, 2017년 선제 도입
IT·게임 업계는 도입 요원
워라밸 상승 vs 생산성 하락
시행 못한 기업과 형평성도
'주 4.5일제(주 36시간 근무)' 도입 여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주당 40시간 일하는 5일제 근무가 정착된 2011년 7월 이후 12여년만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주 최대 69시간'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논란을 야기하면서 주 4.5일제 논의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다.
주 4.5일제는 업무 스트레스 감소 및 만족도 상승, 일과 삶의 더 나은 균형, 육아에 유리 등 장점이 있지만, 시행하지 못한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뒤따른다.
또 짧은 근무시간으로 인한 업무 압박감 증대, 생산성 하락과 급여 삭감 가능성 등의 단점도 고려해야 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선 유연근로 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4.5일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나 업종 특성에 따라 근무시간을 일률적으로 줄일 수 없는 곳도 많아 온도차가 크다.
SK그룹은 2020년부터 SK텔레콤 등 일부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월 1~2회 금요일 휴무를 주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는 한 달에 두 번 금요일에 쉬는 주 4일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포스코퓨처엠은 그룹 내 최초로 올해부터 4.5일 근무제가 가능한 탄력근무제를 공식 도입했다.
월~목요일 하루에 한 시간씩 추가 근무를 하고 금요일 퇴근 시간을 4시간 앞당겨 정오에 퇴근하거나, 4일간 30분씩 더 일하고 금요일 오후 3시에 퇴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프트웨어(SW)업계에선 전 산업분야에 디지털전환(DX)이 가속화되며 몸값이 높아진 SW 개발자들을 유지·유치하기 위한 복지제도로 주4.5일제가 고려되고 있다.
클라우드기업 가비아는 2017년 월 1회 '놀금'(노는 금요일)을 시범 시행한 다음 2021년부터 4.5일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보안기업 슈프리마는 2017년부터 선제적으로 주4.5일제를 시행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슈프리마의 경우 도입 이후에도 20% 이상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지키며 꾸준히 매출도 키우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시스템통합(SI)기업 등 IT서비스업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사업의 특성상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요원한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고객사 IT구축·운영사업을 수행할 때 투입공수로 계산하는 악습도 여전히 일부 남아있는 데다 고객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사업을 마쳐도 인력을 빼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등 사업환경부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게임·플랫폼 업계도 주 4.5일제 도입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만 지난 2018년 7월 업계 최초로 '놀금' 제도를 도입해 격주로 운영 중이다.
이는 24시간 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 게임·플랫폼 특성상 주 4.5일제 도입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게임 업계는 한때 '크런치 모드' 논란이 크게 일 만큼 업무 강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는 철강업계와 병원영업을 주로 하는 제약바이오업계, 공장 가동 일정에 맞춰야 하는 자동차 부품사 등은 사실상 4.5일제 시행이 불가능하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반도체 수급난 완화로 생산 증대에 나서고 있으며, 주말 특근까지 단행하는 실정이다.
유연근무제를 운영 중인 대기업들은 주 4일제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생활가전·모바일 등을 담당하는 세트 부문인 디바이스경험(DX)부문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X)부문 전체에 '완전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했다.
최근에는 임금교섭에서 월1회 '해피 프라이데이'를 노조에 건의해 이르면 7월부터 주 4일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4.5일제란 말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시범 기업이 없지만, 지금 기업들이 하고 있는 탄력 근무제도 처음엔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며 "당시 말도 많았는데 지금은 정착된 것처럼 4.5일제도 확산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67.0%는 휴가 활성화, 유연근로시간제 등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조치가 업무 생산성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했다.
기업들이 업무효율과 생산성 개선에 가장 효과가 있다고 본 제도는 휴가 활성화 조치(83.5%)였다. 유연근로제(73.8%)는 불필요한 초과근로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제도로 꼽혔다.
전경련은 "2018년 7월 주52시간제 시행 이전부터 유연근로제 활용률이 늘고 초과근로시간이 감소했다"며 "유연근로제의 활용이 불필요한 초과근로를 줄이고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은희·팽동현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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