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정 신' 없는 미국 법정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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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리메이크돼 방영되기도 했던 미국 드라마 '슈츠'는 두 변호사의 활약상을 담은 법정 드라마다.
미국 최고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하비와 한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 천재 변호사 마이크가 언뜻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을 처리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법정 신 없는 법정 드라마'가 가능한 건 미국에는 플리바게닝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하비와 마이크처럼 미국 변호사들의 목표는 '법정에 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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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기를 끌며 시즌9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에는 '법정 드라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법정 신(scene)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법정이 아닌 법정 밖을 종횡무진한다. 사건을 맡은 하비와 마이크의 첫 번째 목표는 늘 '법정에 가기 전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법정 신 없는 법정 드라마'가 가능한 건 미국에는 플리바게닝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플리바게닝은 피의자의 유죄 인정 또는 다른 공범에 대한 유의미한 증언을 전제로 형을 감면받거나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이 제도는 미국의 형사사법 실무에서 가장 일반적 처리방식이다. 미국 사건의 90~95%는 재판 없이 플리바게닝 절차를 통해 종결된다. 하비와 마이크처럼 미국 변호사들의 목표는 '법정에 가지 않는 것'이다.
플리바게닝 도입 논의는 국내에서도 꾸준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를 가볍게 처벌한다는 플리바게닝에 대한 인식이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컸다.
검찰이 2011년 수사 효율성과 구조적 범죄 척결을 내세우며 추진한 '내부증언자 형벌감면제'는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10여년간 별다른 진척이 없던 플리바게닝 도입 논의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로 다시 힘을 받는 모양새다. 대장동 비리 의혹 수사에서는 대장동 일당의 번복된 진술이 공범들 기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검찰청도 최근 '사법 협조자 형벌제재 감면제도'를 주제로 아카데미를 열며 '지원유세'에 나섰다.
2011년 이후 10여년이 지난 2023년, 범죄는 더욱 조직화·구조화·대형화하고 있다. 달라진 수사환경을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한국형 플리바게닝 도입 논의를 본격화할 때가 아닐까.
clean@fnnews.com 이정화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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