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지율 하락·설화 악재 반전 카드… 실현가능성은 미지수

박지원 2023. 4. 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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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의원수 감축’ 제안 배경
전원위서 정개특위 3개 결의안 외
김 대표 의석 축소안 논의 가능성
16대국회 26석 감축 전례 있지만
의원들 ‘밥그릇 문제’ 합의 난망
野선 “정치적 위기 모면용” 비판
박홍근 “당 공식입장인지 밝혀라”
이수진 “당대표 가이드라인인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6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의원정수 감축’이라는 깜짝 카드를 빼든 것은 다목적 포석이다. 10일부터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열리는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여당이 주도권을 잡는 동시에 최근 잇따른 구설로 지도부가 맞닥뜨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의원수 줄이기’라는 이슈를 선점해 개혁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효과도 노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3명 중 2명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어서다. 다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선거법 개정의 당사자인 국회의원 자신들의 ‘밥그릇’이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에 걸쳐 여야 의원 100명이 참여하는 전원위 토론을 실시한다. 참여 의원 수는 의석 비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54명, 국민의힘 38명, 비교섭단체 의원 8명이다. 참여자들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올린 결의안을 두고 토론하게 된다.

결의안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와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다.

세 안 모두 의석수는 현행 300석을 유지하도록 돼 있지만 김 대표가 이날 의원정수 감축을 제안하면서 전원위에서 이에 관한 논의가 새롭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의원정수 감축 제안을 통해 여당이 전원위 논의에서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 “이런 화두를 던진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의미 있다. 의원정수 축소가 하나의 의제가 된다면 그에 기반해 또 새로운 안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여야 간 논의가 교착 상태인 지금 상황에서 우리 당이 논의의 물꼬를 틀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의원정수 감축을 얘기한 것이 최근 당 지지율 하락과 최고위원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 등 여러 악재를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상황 반전 카드’ 차원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국민의힘에 여러 변화가 있고 지지율도 계속 떨어지는 등 어려운 국면에서 여러 타개책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가 그런 얘기를 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의원정수 감축을 제안한 데에 어려운 당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야당은 김 대표가 의원정수 축소를 정치적 위기 모면용 카드로 쓰고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권여당 당대표가 지난번에도 어려우니까 의원정수 300명 이상은 안 된다고 위기 모면을 하려고 하더니 전날 늦게 울산 남구을에서 민주당 구의원이 나오니 의원정수를 줄이자고 이야기한다”며 “집권여당 당대표로서 의원정수 축소가 공식적인 당의 입장인지부터 밝히라”고 촉구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대표가 감축 규모로 ‘최소 30석’을 제안한 것은 전례에 비춘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국회가 의원정수를 줄였던 것은 한 번뿐이다. IMF 외환위기 시기였던 제16대 국회 때 의원정수를 26석 줄어든 273석으로 감축한 바 있었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실현 가능한가’의 측면에서 전례를 생각해보면 약 30석 줄어든 273석까지는 줄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다른 요인도 있을 수 있지만 그래서 김 대표가 30석을 얘기하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 대표 제안에 찬반 입장을 내놓기보다 국회 전원위원회 선거제 개편 토론을 앞두고 김 대표가 갑작스레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을 내놓은 데 대해 “인기영합주의로 선거제 개혁 의지를 꺾으려는 것이냐”는 우려를 표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라고 해놓고 당대표가 뒤에서 (별도로) 발언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속 의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준 건가.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대표 가이드라인에 따라 로봇처럼 움직일 건가”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의 의원 정수 축소 제안에 대해 “선거제 개편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의원 정수 축소는 국민 여론을 빙자해서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선거제 개편의 핵심이 양당 체제 극복인데 김 대표 제안은 이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준석계나 유승민 전 의원이 신당을 만들어 비례대표를 통해 원내에 진입하려는 걸 막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박지원·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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