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비농업 고용지표 오늘 발표… 금융정책 향배에 촉각
비농업 고용 둔화땐 침체 우려
美연준·한은 금리 동결에 무게
미국 워싱턴 시간 4월 7일 오전 8시 30분, 한국시간 7일 오후 9시 30분.
미국의 고용 시장이 식고 있다는 지표들이 연이어 발표됐다. 40년만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펼쳤던 고강도 긴축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물가 상승 압력과 탄탄한 고용 등을 근거로 금리 인상을 지속해 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경제지표들이 경기침체를 가리키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통화 정책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을 더해주고 있다. 한은은 4월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지난 2월에 이어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 세계의 관심은 미국 현지시간 4월 7일 오전 8시 30분, 한국시간 7일 오후 9시30분에 있을 미국 3월 비농업 고용 지표에 쏠리고 있다. 만약 이 지표마저 둔화한다면 경기 침체 우려는 더욱 커진다. 이 지표에 따라 미국의 향후 통화 정책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날(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민간 부문 고용이 예상치를 밑돌았다. 직전 달보다 14만5000명 증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상치인 21만명 증가를 크게 하회했다. 3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치(26만1000건)에 비해서도 크게 둔화했다.
앞서 지난 4일 미국 노동통계국은 2월 미국 기업들의 구인건수가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건 아래로 내려갔다고 발표했다. 2월 구인건수는 993만1000건으로, 전월보다 63만2000건 줄어든 것이었다.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었고, 블룸버그 전망치(1025만건)도 크게 밑돌았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미국 기업들의 구인건수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아 '빅 쇼크'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감소폭이 컸던 업종은 전문 및 사업서비스와 유통, 운송·유틸리티, 교육 ·헬스케어였으며 그동안 고용 강세를 이끌던 레저·접객산업에서도 노동 수요 둔화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서비스업황이 여전히 단단하긴 하지만 정점은 지났다고 판단한다"며 "전체 업종에서도 마찬가지의 흐름이 확인돼 미국의 3월 구인건수도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5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도 긴축 흐름을 유지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지표 뿐 아니라 다른 경제지표들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난달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3을 기록해 약 3년만에 가장 낮게 나왔다. 같은달 ISM 서비스업 PMI는 51.2로 전월(55.1)과 컨센서스(54.5)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이날 미 국채수익률도 빠르게 하락했다. 게다가 경기침체의 전조로 통하는 미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도 심화했다. 이날 10년물(3.293%)과 3개월물(4.799%) 국채 금리 간 스프레드는 '-155.8bp'까지 벌어졌다.
이번주 발표될 3월 비농업 고용지표도 전월에 비해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는 23만8000명 증가로, 지난 2월 31만1000명 증가에 비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3월 실업률은 3.6%로 유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연준의 금리 인상 명분이 꺾이자 또 다시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는 연준이 5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58.5%로 올라 0.25%포인트 인상 전망보다 우세해졌다.
연준이 통화긴축 속도를 늦추면 한은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2월에 이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연준의 긴축 경계심이 약화된 것도 있지만, 국내에서도 물가상승률 둔화와 경기 침체 징조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3.50%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한다. 금리 인상 소수의견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3월 CPI는 전년대비 4.2% 상승했는데 이는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수출과 소비가 동반 부진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하는 요인 "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의 기준금리 사이클이 종료될 시기는 돌발 변수가 나타나며 여전히 미지수다.지난해 대규모 감산에 합의했던 산유국 협의체 OPEC+가 지난 2일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가가 깜짝 급등하기도 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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