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관원 모가디슈 탈출 문서 공개..'영화보다 더 생생'
강신성 대사 등 교신오류로 구조기 탑승 못 해
北 일행이 한국 대사관저 찾아온 영화와는 달라
[앵커]
영화 '모가디슈'로 유명해진 1991년 소말리아의 남북 공관원 탈출 당시의 생생한 전말이 외교문서로도 공개됐습니다.
남북한 일행은 공항에서 만나 공동대피에 합의했고 목숨을 건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면서도 정치적 얘기를 삼가는 등 북측을 최대한 배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현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영화 '모가디슈'가 보여주듯이 1991년 1월 소말리아는 반정부군이 수도 모가디슈로 진격해 그야말로 무법천지였습니다.
1월 9일 강신성 주소말리아 대사 등 우리 국민 7명은 구조기를 타러 공항으로 나갔지만, 교신 오류로 탑승하지 못했고, 기에서 공항으로 피신한 김용수 북한 대사 등 북한 일행 14명을 우연히 만나 공동대피를 제의합니다.
보호할만한 기관이 없던 북측은 우리의 제의를 수락해 한국 대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북한 대사관 일행이 한국 대사관저로 찾아와 구조를 요청했다는 영화 장면과는 다른 내용입니다.
당시 외교문서를 보면 강대사는 남한 일행만 구조하겠다는 이탈리아의 제안을 거절하고 일행 20명과 함께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향했는데 3백 미터를 남기고 군인들의 집중 사격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측 한상렬 씨가 총을 맞고도 1분간 운전해 대사관에 도착했고, 북한 서기관은 태극기를 흔들며 우리가 외교관이라는 것을 표시했다고 문서는 전했습니다.
강대사는 피격 당시 한 씨가 치명상이어서 핸들을 놓았더라면 차량이 전복됐을 가능성이 컸다면서 한 씨의 초인적인 사명감에 감복해 매일 아침저녁 묘를 찾아가 경배했다고 적었습니다.
이후 남북한 일행은 이탈리아가 주선한 항공기를 타고 케냐로 탈출했는데, 강대사는 북한 일행에 위로금을 전달할 계획이었지만 완강하게 거절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강 대사는 또 탈출과정에서 민감한 남북관계를 고려해, 북한대사관 직원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을 회피하고 우대한다는 자세를 견지했으며, 정치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삼갔다고 설명했습니다.
YTN 신현준입니다.
YTN 신현준 (shinhj@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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