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들어 언론 더 부끄러워” 언론비상시국회의 등 공동성명

윤연정 2023. 4. 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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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일 제67회 ‘신문의 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7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문의 날'을 앞두고 언론비상시국회의 등 언론 시민단체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이 더욱 부끄럽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6일 언론비상시국회의(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언론비상시국회의)·동아투위·조선투위·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언론광장·새언론포럼에서 오는 7일 '신문의 날'을 앞두고 3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윤석열 정부의 작심한 길들이기로 언론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 보도와 관련해 시민단체는 “지난달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방안은 반인권적이였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비롯한 주요 신문들은 윤 정부의 조치를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신문의 날을 맞아, 언론의 자유를 ‘언론사주의 자유’와 ‘언론인의 자유’로 착각한 채 ‘사회의 목탁’과 ‘소금’의 역할을 저버린 언론에 한 목소리로 자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전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이 더욱 부끄럽습니다.

오늘은 제67회 ‘신문의 날’입니다. 4월 7일은 최초의 한글 신문인 <독립신문>이 창간된 날로, 이 날을 1957년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신문의 날로 정했습니다.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기 위해 신문 단체가 중심이 되어 해마다 기념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영원한 언론인으로서, 올해 신문의 날을 맞는 우리의 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합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다 보니 시민들은 걸핏하면 기자를 ‘기레기’·‘기더기’라고 조롱합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의 작심한 길들이기로 언론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나빠졌습니다. 땅바닥이 끝인 줄 알았는데, 바닥마저 갈라져 땅속으로 한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의 참담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단면으로 두 가지 사례를 꼽겠습니다. 한일 정상회담 보도, 그리고 윤미향 의원 관련 보도입니다.

지난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정부는 일제하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른바 ‘제3자 변제’-일본의 요구를 100% 받아들인, 굴욕스럽고 반민족적인 내용입니다. 더욱이 법과 조약에 관한 한 최고의 해석 권한과 집행력을 지닌 대법원의 판결을,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부정했습니다. 위헌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인 조치입니다.

무엇보다 이 방안은 반인권적입니다. 30년 가까이 한일 두 나라에서 힘겨운 재판 투쟁을 통해 쟁취한 피해자의 권리를 정부가, 보호하기는커녕 짓밟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신문들은 윤 정부의 이런 조치를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니 ‘한일 새 시대의 개막’이니 하며 호도했습니다.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을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앞장서 비판해야 할 정부의 억지 주장을 신문이 대변한 겁니다. 객관적인 사실조차 외면하는 이런 보도는 ‘언론이길 포기한 신문’의 모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미향 의원 관련 보도는 우리 언론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바로 검찰 발 받아쓰기와 반성하지 않는 오만입니다.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신문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흘려주는 정보를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받아썼습니다. 인격 살해나 다름없는 보도로 평생 일본 ‘성노예 할머니’를 위해 헌신해온 윤 의원을 악마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 윤 의원은 사실상 검찰이 기소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어쩌면 받아쓰기 악습으로 ‘마녀사냥’식 보도를 되풀이해 온 한국 언론에 대한 유죄 선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판결과 다른 이런 보도에 대해 인권을 중시한다는 진보 언론을 포함해 단 하나의 신문도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았습니다. <뉴욕타임스>, <아사히신문> 같은 해외의 권위 있는 언론 같으면 달랐을 겁니다. 오보를 되짚어보고 반성하는 검증 보도와 더불어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했을 겁니다.

우리는 신문의 날을 맞아, 언론의 자유를 ‘언론사주의 자유’ ‘언론인의 자유’로 착각한 채 ‘사회의 목탁’과 ‘소금’의 역할을 저버린 언론에 한 목소리로 자성을 촉구합니다. 땅에 떨어진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해 긴급히 다음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1. 대통령실과 검찰 등 권력기관의 발표를 익명으로 받아쓰는 보도를 당장 중단하라.

2. 받아쓰기의 폐해가 극심한 검찰 기자실을 폐쇄하고, 법조기자단을 해체하라.

3. 잘못된 보도에 대해 철저한 사후 검증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

4. 사주나 권력·자본과 한몸이 돼 기득권층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반민족·반서민·반민주적 보도를 즉각 시정하라.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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