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렇게 했다면…경찰, 특공대 동원 '인파관리' 훈련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군중 충돌 상황에 대한 시범 훈련을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주차장엔 하늘색 컨테이너로 T자형 골목이 만들어졌다.
이 골목에 사람이 빽빽이 들어차자 경찰은 차분히 골목 어귀의 인파를 통제하고 특공대를 투입해 부상 인원을 신속히 구조해냈다.
훈련을 위해 모의로 만들긴 했지만 이 T자형 골목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가 난 해밀톤 호텔 옆 그 골목과 저절로 '오버랩'됐다.
경찰청은 이날 인파 관리 시범훈련을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 대혁신 TF에서 마련한 개선책을 종합해 실제 상황처럼 훈련하는 자리였다.
인기 연예인 출현 등으로 군중이 갑자기 몰리는 돌발적 상황에 이어 1㎡당 8명 이상이 밀집하는 '군중 유체화' 상황, 군중 충돌 상황을 가정한 인파 관리 시범이 이어졌다.
T자형 골목의 세방향 입구에서 몰려드는 인파는 중앙 교차지점을 향해 끊임없이 앞사람을 밀었다. 골목 가운데서 꼼짝 못 하게 된 이들은 뒤에서 미는 군중의 힘을 그대로 받아내야 했다. 이들은 신음을 흘리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참사 당시 차도가 막히는 바람에 경찰과 소방대원이 도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경찰은 현장에서 멀찍이 떨어진 지점부터 교통을 통제해 대원들이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훈련도 함께했다.
신속하게 현장으로 뛰어든 지역 경찰과 경찰 기동대는 인파 후미에서부터 사람들을 힘으로 떼어내 인파를 분산하기 시작했다.
아수라장이 된 탓에 안내방송만으로는 일방통행 등 군중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자 컨테이너 위로 경찰특공대가 투입됐다. 실제 현장의 경우 건물 옥상에 투입된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이들은 건물 아래 군중 한복판으로 그물을 던져 의식이 있는 사람이 먼저 현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했다. 의식이 없는 이들은 특공대가 직접 인파 속에 뛰어들어 완강기로 들어 올렸다.
점차 밀집된 인파가 풀리자 경찰이 골목 안으로 투입돼 인파 통제를 시작했다. 컨테이너 한쪽 벽면에 빼곡히 선 경찰관이 경광봉을 일제히 한 방향으로 흔들며 사람들이 일방통행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밀집이 해소된 후에도 교통 통제는 당분간 이어진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부상자를 병원에 신속히 후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시범 훈련이 끝난 후에는 새로 도입된 '출동용 중형승합차'와 '인파 안전관리차' 등 인파 관리용 차량 장비가 소개됐다.
9인승인 출동용 중형승합차는 기존 경찰 기동버스가 들어가기 힘든 좁은 골목길, 이면도로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차 지붕의 경광등을 위로 들어 올리면 LED 전광판이 나타나 군중에게 '일방통행', '통행금지' 등 긴급 메시지를 안내할 수 있다. 현재 3대가 운용 중이며 올해 중 26대를 추가 보급할 예정이다.
인파 안전관리차는 차 지붕에 철제 단상이 있고, 최대 136㏈까지 소리를 증폭하는 스피커가 달렸다. 경찰 지휘관이 움직이는 차 위에서 안내방송을 하는 용도로, 현재 총 2대가 도입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뉴욕 경찰이 사용하는 고공 관측 인파관리 장비 등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를 도입하면 지휘관이 높은 곳에서 상황을 파악하며 더 쉽게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훈련을 지켜본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이 종합적인 역량을 발휘해 잘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태원 참사 뒤) 뼈저린 반성을 하고 대처를 잘했다"고 평가했다.
김연수 동국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매뉴얼에 충실한 훈련"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와 같은 대처는) 하나의 출발점이지 종착지여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고도화해야 하고 인파 안전사고는 사전 예방부터 체계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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