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아버지'가 '리니지2M' 베꼈다?…K-게임 저작권으로 '몸살'

['아키에이지 워' 쇼케이스에 참석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이사(사진=카카오게임즈)]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 씨가 이끄는 엑스엘게임즈가 '리니지2M'을 모방했다는 혐의를 받는 가운데 저작권을 둘러싸고 게임업계가 홍역앓이 중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어제(5일) 최근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시스템·UI를 모방한 혐의로 게임을 개발·출시한 엑스엘게임즈·카카오게임즈를 고소했습니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이사는 고(故) 김정주 NXC 이사와 '바람의 나라'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와는 한솥밥을 먹으며 '리니지'를 개발하며 온라인게임의 아버지라 불립니다.

송 대표의 회사에서 개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는 '리니지 라이크' 장류로 구분되는데요.

'리니지 라이크'는 리니지처럼 PVP(Player vs Player)로 상대와 무한히 경쟁하고 P2W(Pay to Win)로 과금하면 성장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 게임을 지칭합니다.

하지만 '아키에이지 워'는 '리니지 라이크'를 넘어선 '리니지2M'과 '판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리니지2M '판박이' 논란

(사진=카카오게임즈)

엑스엘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와 손을 맞잡고 '아키에이지 워'를 지난달 21일 출시했습니다. 

이번 신작은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아 200만명에 이르는 사전 계약을 달성했습니다.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당일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이후 삼일만에 구글 최고 매출 2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리니지2M(좌)'과 '아키에이지 워(우)'의 환경 설정 비교(사진=엔씨소프트)]

하지만 엔씨가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엔씨는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주무기/부무기 혼합 사용 시스템·직업(클래스) 획득 방식·합성 시스템·컬렉션 시스템을 모방했다고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저작권 침해·부정경쟁행위로 고소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라이크라고 불리는 장르적 유사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닐 것 같다"라며 "리니지2M 시스템의 저작권 침해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스템'도 하나의 저작권
엔씨가 '리니지'의 저작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이번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21년 엔씨는 웹젠의 모바일 RPG 'R2M'이 '리니지M'의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현재 1심이 진행 중입니다.
 

(사진=웹젠)

웹젠 관계자는 "소송 중인 상황에 대해서 언급하기 어렵다"며 "저작권에 대한 접근과 시각이 엔씨소프트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게임업계를 둘러싼 저작권 소송은 수차례 벌어져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대법원은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한 판례를 처음으로 내놨습니다.

매치3 게임(똑같은 블록 3개를 모아 없애는 방식)인 '팜히어로사가'를 만든 해외 게임사 '킹닷컴'은 '포레스트매니아'를 낸'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에 저작권 침해·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팜히어로사가'와 '포레스트매니아'의 비교](자료=대법원)

당시 사건에서는 '팜히어로사가'에서 각 게임 요소를 선택·배열·조합하는 규칙, 즉 시스템을 저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주요 구성 요소인 블록의 선택·배열·조합이 창작물인지 여부와 피고 게임의 원고 게임 모방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구성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선택·배열되고 조합됨에 따라 그 게임이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하며 '팜히어로사가'를 만든 '킹닷컴'의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지난해 7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웹젠이 중국 게임사 유주게임즈코리아의 '블랙엔젤'이 '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캐릭터· 스킬 이펙트·탈 것과 같은 게임 요소의 선택∙배열∙조합을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유주게임즈코리아에 10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업무상 저작물'은 법인에 귀속
게임의 저작권 침해를 차치하더라도 '리니지2M'의 저작권을 송재경 대표가 일부 가졌는지도 관심사입니다.

송 대표가 1998년 출시한 '리니지'를 개발한 공로로 저작권을 확보했다면 이 역시 '리니지2M'의 저작권에도 적용할 수 있냐는 겁니다.

IT개발자를 겸직하는 유관우 변호사는 "완전한 고용관계에서 회사에서 작업한 저작물은 '업무상 저작물'이기 때문에 저작권은 법인에 귀속된다"며 "저작물을 창작한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에 저작권이 귀속된 저작물을 사용하려면 별도로 저작물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송 대표가 엔씨소프트와의 개별 협의를 통해 저작권 이용허락을 맡지 않은 이상 저작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각에서는 리니지2M은 리니지2를 계승한 작품이기 때문에 송 대표가 개발에 직접 참여한 리니지1과는 별개의 게임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소송 중이기 때문에 입장문 이외에는 드릴 답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엑스엘게임즈의 모회사인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소장을 받기 전에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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