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탄천 19개 다리 중 17개 ‘정자교 공법’… 시민 불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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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의 '정자교'가 가 철근·콘크리트의 접합력에 의존한 PSC슬래브 공법으로 시공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같은 공법이 적용된 1기 신도시의 다른 노후 교량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6일 경기도와 성남시 등에 따르면 정자교처럼 분당신도시 조성과 함께 탄천에 설치된 교량은 모두 19개로, 모두 1993년 이전에 준공됐다.
성남시는 이 중 정자교를 비롯해 17개 다리에 PSC슬래브 공법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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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접합력 의존한 슬래브 공법
보행교가 다리에 매달려 있는 꼴
“반발력 작용 탓 안전도 저하 우려”
비용 수천만원씩 드는 정밀점검
분당구, 다리마다 800만원 지출
“페이퍼 의존 부실 진단 가능성”
“다리의 노후화를 떠나 설계와 시공, 안전진단에 문제가 없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
이 공법은 철근과 콘크리트를 완전히 일치시켜 접합도를 높이는 것으로, 반포·행주대교 등 대형 교량에 널리 쓰였다.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에선 중소형 교량에 적용되며 설계·시공 단계에서 왜곡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교량들의 유지·보수를 도나 시가 아닌 관할 구청이 담당하면서 부실 점검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분당에선 슬래브 공법이 아파트 발코니를 붙이는 데 사용되는 캔틸레버 구조와 혼용돼 교량들에 적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캔틸레버 방식은 한쪽을 고정해 반대 측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행교가 다리 중심에 매달리게 된다.
현재 정자교의 붕괴 원인은 설계, 시공 외에 안전진단 등으로 압축된다. 1993년 설계 당시 예상된 강도에 비해 오가는 차량과 보행자가 늘면서 피로가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보행로 쪽 가로등이 하중을 키우고, 다리에 단차가 발생해 빗물이 고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교수는 공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를 설계에 반영하거나 시공한 업체들이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그는 “무너진 정자교의 단면을 보면 철근이 본체에 붙어있고 보행로 쪽 시멘트는 다 떨어져 나갔다”며 “슬래브 공법이 제대로 적용됐다면 이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1년 정밀점검에서 (관할 분당구청이) 제대로 돈을 썼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밀점검은 서류나 육안뿐 아니라 하중을 실은 덤프트럭 등을 다리 위에서 옮기며 해야 하는데, 다리마다 수천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세계일보 취재 결과, 당시 분당구는 정밀점검을 받은 관내 20개 다리에 모두 1억6977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교량별로 800만원 남짓 지출한 것이다. 조 교수는 “(다리마다) 수백만원의 돈만 썼다면 페이퍼에 의존한 부실 진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남에선 비슷한 사고가 처음은 아니다. 2018년 분당구 야탑동의 야탑10교가 폭염에 교량에 균열이 생기고 배관이 터지며 교각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1993년 시공을 맡았던 A사는 철근 자재를 부실하게 사용했다는 책임을 물고 40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불안감은 확산하고 있다. 분당과 같은 1기 신도시인 안양시 평촌에는 학의천을 중심으로 비산인도교, 내비산교, 수촌교, 학운교의 4개 교량이 설치됐는데 모두 1993년 평촌신도시 조성 때 건설됐다. 고양시 일산에도 하천과 도로 등에 설치된 교량 중 30년 넘은 교량이 18개에 달하며 B, C 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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