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모태펀드 1조원 규모로 확대 필요”
“모태펀드 40% 줄어 아쉬워…다수 벤처기업 자금상 애로”
벤처기업 455개 사 중 70% 이상 올해 자금 사정 더 악화 전망
“벤처기업 글로벌화 지원, 임기 동안 핵심 과제로 추진할 것”
“벤처투자시장이 위축된 만큼 정부가 모태펀드를 1조 원 규모로 확대해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줘야 합니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모태펀드는 최근 10년 간 평균 수익률이 15.4%를 기록할 정도로 성과가 있는데, 올해 정부가 모태펀드를 40% 가량 줄여 아쉬움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모태펀드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펀드에 출자해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정부가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VC)에 출자하는 방식을 취한다. 2021년만 해도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모태펀드 출자액이 1조 원 이상이었으나, 지난해 5200억 원으로 반 토막 난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40% 급감한 3135억 원으로 책정됐다. 국내 모태펀드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한다.
성 회장은 “모태펀드 출자사업은 대형 VC보다는 중소형 VC들이 주로 신청한 뒤 선정돼 투자금을 유치하는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며 “시리즈B(사업개발 본격화 단계)나 기업공개(IPO) 직전 등 후기투자가 많은 대형 VC들과 달리, 중소형 VC들은 초기 벤처·스타트업에 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모태펀드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형 VC 펀드결성 규모를 늘려주면 초기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늘어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성 회장은 국내 벤처기업 다수가 금융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벤처기업 상당수가 금리상승을 비롯한 벤처투자 위축,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최근 자금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일시적인 자금경색을 겪는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저리의 정책자금을 확대하고, 기술보증기금 투자연계보증 등 정책금융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법인이 민간 벤처 모 펀드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에 대한 세액공제를 현행 최대 8%에서 15%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 역시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3월 24일부터 4월 3일까지 국내 벤처기업 455개 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70% 이상이 올해 전년보다 ‘자금 사정이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금리상승 등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라는 응답이 3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판매 부진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21.4%), ‘인건비 상승’(15.4%), ‘원자재 가격 상승’(13.5%) 등이 차례로 뒤를 따랐다.
성 회장은 벤처기업의 글로벌화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임기 동안 핵심 과제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는 짧은 역사로 인해 생태계 전반에 걸친 완성도가 미흡하며, 특히 내수 중심 사업 구조로 해외에 진출한 벤처기업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국내 우수 벤처기업을 소개하는 한편,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선정한 뒤 투자 유치 컨설팅과 투자자 주선, 후속 지원 등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국가별 글로벌 활동기업이 프랑스는 19.9%, 영국은 18.9%, 일본은 17.2%에 달했지만 우리나라는 7.0%에 불과했다. 성 회장은 이와 관련해 “벤처기업 현장을 다녀보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정보와 함께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벤처기업협회는 앞으로 해외 투자자 및 현지 산업별 전문가와 정기적인 투자설명(IR) 행사를 여는 한편, 글로벌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역시 추진할 방침이다.
성 회장은 벤처 업계 숙원인 복수의결권의 국회 통과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 1주 당 최대 10개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는 “최근 벤처투자가 위축되고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창업자 지분이 희석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복수의결권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지난 2월 24일 제11대 벤처기업협회장에 취임했다. 2004년 위성통신장비를 제조하는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를 창업했고, 현재 매출의 90%를 수출로 거두는 글로벌 혁신 벤처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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