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죄송"..'길복순' 변성현 감독, 일베논란→제작비 220억? 직접 답했다 [인터뷰 종합]
[OSEN=김나연 기자] “말이 많을수록 안 좋더라고요.”
‘길복순’ 변성현 감독이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직접 답했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 변성현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전도연 분)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전도연의 액션 영화라는 파격적인 도전에 공개 전부터 많은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길복순’ 공개 후 변성현 감독은 난데 없는 일베(극우성향 커뮤니티)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적으로 살인청부 임무가 담긴 봉투에 적힌 ‘순천-전라’라는 표기가 그 이유로 꼽힌다. 앞서 ‘불한당’ 당시에도 비슷한 의혹에 휩싸였던 만큼 이번 ‘길복순’ 공개 후에도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 가운데 변성현 감독의 인터뷰는 일련의 논란에 대한 해명으로 시작됐다. 스태프의 연락을 통해 논란을 접했다는 그는 “‘불한당’ 때 오해가 한번 있었다. 오해라기보단 그땐 제가 분명히 말실수 한 것도 있었다”며 “연락을 받고 너무 당황했다. (기사를) 찾아보고는 더 당황스러웠던 게, 그럴 의도 자체가 하나도 없었다. 당황스럽고, 같이 일한 사람들한테 미안하고, 저 스스로한테는 너무 억울했다. ‘어떻게 또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더군다나 논란이 된 ‘순천-전라’ 장면은 변성현 감독이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는 “제가 그런걸 일일이 다 컨펌하진 않는다. 미술 감독님과 연출팀이 저한테 너무 미안해 하더라. 미술 감독님 고향이 충청도 예산인데, 제가 통화하면서 우스갯소리로 ‘고향으로 하시지 왜 하필 골라도..’라는 얘기도 했다. 제가 그 당시 경황이 없어서 전화가 왔는데 안 받았다. 그냥 혼자 집에서 퍼질러 있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제가 화나서 그런줄 알더라. 어제 잘 통화 했고, 미안하다고 사과해서 신경쓰지 말라고 말씀 드렸다. 오히려 저 아니었으면 아무도 논란이 없었을 거라서 제가 스태프들한테 미안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논란 직후 주연 배우인 전도연에게도 문자로 사과를 보냈다. 변성현 감독은 “제 의도랑 너무 상관없이 폐를 끼친것 같았다. 선배님이 어마어마한 도전을 하셨는데 ‘내가 그 도전을 물거품으로 만드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죄송하다는 연락을 하게 됐다”며 “그럴 의도도 없었고, 그런 의심에 있는 정치성향과는 거의 정 반대의 사람이라고 평생 생각하며 살아왔다. 더군다나 저번 영화에서 지역감정에 대한 비판적인 제 시선을 담았는데, 이번에는 제가 이런 의혹을 받게 됐다. ‘길복순’이 모순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 따라 가나?’ 싶더라.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하는 자책감,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논란과는 별개로 ‘길복순’은 공개된 주에 집계된 ‘넷플릭스 톱 10’ 주간 순위에서 1961만 시청률을 기록, 비영어권 영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뿐만아니라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6개국 중 82개국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며 글로벌 흥행을 거뒀다.
변성현 감독은 “집에 있으니까 큰 실감이 안난다. 기사같은것도 안찾아보고 있다가, 어제는 미국에서 시나리오 제안 같은 연락이 오는 걸 보고 ‘진짜 잘 되고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리우드 갈 준비 해야지!’ 같은 기쁨이 아니라 ‘잘 되고 있구나’ 라는 안도감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길복순’은 전도연에게 있어서 첫 액션 영화이기도 하다.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드라마에서 주연이 아니던 시절부터 팬이었다는 변성현 감독은 “어느 순간부터는 우상이었다. ‘팬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용이나 해태 같이 존재한다고는 하는데 볼 수 없는, 저한텐 그런 사람이었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설경구의 소개로 전도연과 인연을 맺게 된 변성현 감독은 그와 함께 작업하기까지의 과정을 묻자 “선배님이 처음 시나리오를 주시고 제안을 해주셨는데, 저는 그래도 제가 쓴 오리지널 작품을 하고 싶다고 거절했다. 연출은 계속 할수있을 것 같은데 시나리오는 어느순간 쓰는게 힘들어질것 같더라. 그러다가 경구 선배님을 통해 만나면서 친해지고, 선배님이 ‘한번 같이 영화 하자’고 했을때도 망설였다. 선배님과 영화를 하면 너무 잘 찍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반면 감독이라면 응당 가장 좋은 배우랑 일하고 싶은 게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저도 지금 뭐 할지 모르겠지만 선배님을 놓고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 할 마음이 있냐’고 역으로 제안드렸다. 놀랍게도 한번 해보자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연 선배님 같은 경우 장르 영화에 대한 갈증이 많으셨다. 제가 그 얘기를 많이 들었고, 전천후 완벽한 배우라 생각하는데 ‘이 배우한테 제일 안 들어갈 것 같은 장르가 뭘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액션이더라”라며 “또 선배님이 어떻게든 해내시는 분이라는걸 알았다. 승부욕이 제가 만난 사람중에 가장 강한 사람이다. 제가 봤을 때 스스로를 몰아 붙이면서 일 하는 타입이라 일하는 태도에 있어서 옆에서 보고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불한당’에도 액션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액션 영화는 아니다. 제가 액션 영화를 선호하는 편도 아니라서, 도연 선배님이 액션을 하는 게 저한테도 도전이었다. 물론 전도연의 도전만큼은 못하지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액션 장면에서는 일부러 현실감 없는 연출을 시도했다. 전도연의 작은 체구로 물리력을 위반해서 ‘저거 가짜같아’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오히려 현실과 괴리감이 있도록 하는 것을 의도했다고. 그렇기때문에 이야기적인 부분에서는 현실적인 요소를 더했다. 변성현 감독은 “이런 모순, 아이러니에 대한 영화적인 이야기도 톱스타와 엄마로서 힘들어하는 도연 선배님의 아이러니함에서 나왔다”며 “뻔뻔하게 현실에 없는 공간에서 현실적 이야기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고 전했다.
변성현 감독에게 있어 ‘해태’같은 존재였지만, 작업할때만큼은 누구보다도 더 치열하게 부딪쳤다. 변성현 감독은 “서로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이제까지 했던 작업 중에서 배우와 가장 치열하게 부딪친 작품이었다”며 “사실 찍기 전에는 ‘제가 디렉팅 안 하겠다’, ‘하고싶은대로 하고 찍기만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오히려 훨씬 많은 디렉팅을 하게 되더라. 조금만 하면 더 잘할것 같다는 욕심이 너무 커졌다. 가끔 배우랑 생각하는 지점이 다를수 있는데, 그럴때는 결국 제가 생각하는 지점대로 따라주셨지만 설득을 하다 보면 서로 부딪치는 순간이 있다. 선배님도 몸이 힘든 상태에서 제가 감정연기를 요구해야 했다. 그런데도 선배님이 연기 할때마다 모니터 앞에서 진짜 놀랐다. 스태프들 모두 ‘와’하면서 봤다”고 극찬했다.
‘불한당’, ‘킹메이커’에 이어 무려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설경구와의 호흡도 전했다. 변성현은 일각에서 ‘설경구를 가장 섹시하게 찍는 감독’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바. 그는 “원래는 한국의 보편적 아저씨 이미지 같았다. 경구 선배님을 찍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스태프들과 ‘이 아저씨를 어떻게 멋있게 만들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경구 선배님은 막 찍으면 안된다. 저희도 사실 콘티 짰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구 선배님 팬들의 압박같은게 느껴지더라. ‘더 잘 찍어야되는데’라는 마음도 있었고, 본인도 엄청 노력 하신다”고 말했다.
설경구의 가장 큰 매력으로 연기를 꼽은 그는 “경구 선배님의 연기를 좋아한다. 선배님이 섹시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연기 하는걸 찍고 있으면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섹시하다고 느끼는구나’하는 걸 알게 된다”며 “저는 그런 반응 있으면 너무 감사하다. 경구 선배님 뿐 아니라 다른 배우도 다 그렇게 찍을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얼마전에는 ‘설경구랑 변성현 조합은 그만봤으며 좋겠다’는 글도 봤다. 그런 생각이 있긴 있었는데, 청개구리 심보가 있어서 ‘그러면 더 해봐야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제가 뭘 쓸지는 모르겠지만, 쓸수있는 능력이 된다면 ‘오아시스’ 속 캐릭터처럼 멋있음과 반대에 있는 캐릭터도 같이 해보고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변성현 감독의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다름아닌 미장센에 대한 극찬이었다. 그는 “제가 시나리오를 쓰면 가장 먼저 한아름 미술 감독님께 보여드린다. 감독님이 디자인을 보여주면 그걸 보고 또 시나리오를 바꾸면서 맞춰 나간다. 제가 미장센이 만화적인 연출을 좋아한다. 그런 영화들을 좋아하고. 감독님이 제 취향을 너무 잘 아셔서 그쪽으로 같이 맞춰주시는 것 같다”고 한아름 감독의 노고를 전했다.
또 시리즈가 아닌 영화를 택한 이유를 묻자 변성현 감독은 “사실 대표님이 시리즈로 하자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했다. 시리즈는 공력을 많이 쏟아야 하니까. 그리고 어제 ‘제작비 220억이냐’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 기사가 났다더라. 저한테 그런 제작비가 있었으면 좀 더 퀄리티가 좋았을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시리즈는 예산도 좀 더 영화 한편에 비해 많이 들고, 돈이 안되면 시간과 공력을 줘야하는데 그 정도의 시간 공력을 제작 여건상 줄수 없어서 개인적으로 무리 같았다. 예산과 시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넷플릭스와의 협업 소감에 대해서는 “투자사에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편했다. 다른 작품은 어떤진 모르겠지만 저는 없었다. 저는 150억이라는 제작비 처음 받아봤다. 220억이라고 하는데 넷플릭스가 듣고 있으면 더 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는 “‘길복순’은 그렇게 큰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한국 영화에서 150억의 예산으로 다루는 이야기의 규모가 아니다. 결국 딸이 엄마한테 문 열어주는 이야기다. 그게 좋았다. 제작비를 많이 준 것과, 그 다음에 저한테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던거. 지금 들어보니 많지 않은 것 같긴 한데”라고 농담했다.
다만 극장 개봉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그는 “저도 아쉽다. 극장에서 보고 TV로도 보고 휴대폰으로도 보고 노트북으로도 봤는데 느낌이 너무 다르더라. 콘티와 조명, 촬영, 미술에 많은 노력을 했는데 다 안보여지는것 같아서 굉장히 많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길복순’으로 액션 영화에 도전했던 변성현 감독은 “액션이 들어가는 영화는 할수 있겠는데 본격적인 액션 영화는 연출은 안할것 같다. 시나리오를 쓸수는 있을 것 같다”며 “사람 마음이 어떻게 바뀔진 모르겠지만 다음 영화가 액션영화는 아닐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제가 쓸 생각은 있지만, 연출은 안할거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괴로운걸 보고있는 행위는 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성현 감독은 ‘길복순’의 흥행을 두고 “도연 선배님이 하신 거다. 저는 옆에서 하는걸 본 거다”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옛날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갈수록 생각하는게 영화는 배우가 제일 중요한것 같다. 스타일리시라는 얘기 들으면 그런건 이명세 감독님같은분한테 해야한다. 저는 예쁘게 찍으려 노력하는거고, 갈수록 배우의 감정이 중요한 갈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저는 그냥 배우를 디렉팅하는 거지 않나. 디렉션만 주고 하는건 결국 배우다. 저랑 스태프는 빛이나 앵글 같은 것들을 통해 배우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해 하는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길복순’ 시즌2에 대해서는 “뒤에 쿠키때문에 재영이(김시아 분) 이야기 일거라 생각해주시는데, 확실한건 만약 2편을 쓰게 되면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될것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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