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달라도 너무 다른 흉악범의 얼굴…신상공개 그 후
이어서 이티 콕입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경찰서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2021년 8월 전자발찌를 절단하고 여성 두 명을 살해한 강윤성입니다.
여성을 상대로 여러 차례 흉악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습니다.
당시 영장심사에선 반성은 커녕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고함을 치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여 더 공분을 샀습니다.
마스크나 모자를 씌워 피의자의 신상을 보호하던 경찰의 입장이 선회한 건 2000년대부터.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검거되자 일부 언론들은 그간의 관행을 깨고 얼굴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어떻게 살인범한테 모자를 씌워놓는 거야."]
2010년 법이 개정되면서 국민의 알 권리 등을 이유로 강력범죄 피의자들의 신상 공개가 선별 시행돼 왔지만 허점이 많습니다.
이 사진 잠시 보실까요.
최근 누리꾼 수사대가 주목한 인물 이기영입니다.
지난해 말 택시 기사와 전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그의 사진이 공개되자 '실물과 다르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이 공개한 이기영의 모습은 과거 운전면허증 사진, 안경을 쓰고 머리를 염색한 현재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 경찰이 공개한 증명 사진의 인상이 포토라인에서 찍힌 사진과는 너무도 달라 “같은 사람이 맞느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복역 중인 조주빈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 세 명의 남성의 사진 보실까요?
최근 일어난 서울 역삼동 4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의 피의자들입니다.
올들어 첫 흉악범 신상공개인데, 이 사진들 역시 범행 시기와는 시차가 있거나 보정이 너무 심해 실물과는 딴 판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장난하냐, 장난해?"]
피의자들 얼굴을 명확히 식별하기 위해 경찰은 체포 직후 피의자들의 얼굴 사진을 찍습니다.
이른바 머그샷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피의자가 원치 않으면 이 머그샷은 공개할 수가 없습니다.
구치소를 오가거나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언론사들의 카메라에 얼굴이 찍히는 경우도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처럼 긴 머리로 얼굴을 덮어버리거나 코로나를 이유로 마스크로 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국민의 알 권리와 범죄 예방이라는, 신상공개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피의자들에 대한 머그샷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5년 동안 일어난 살인·인신매매·강간·추행 등 특정강력범죄는 2만 9천 건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진 건 28건에 불과했습니다.
신상공개 사례가 전체 흉악범죄의 0.1%도 되지 않는 현실에서 그 마저도 실물과 동떨어진 사진이라면 어떻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재범을 막겠느냐는 겁니다.
억울한 ‘낙인찍기’도 피해야겠지만, 신상공개 결정이 난 경우라면, 애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누군지 못 알아보겠다”는 말은 최소한 나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이티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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