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라는데…얼마나 심각하고 왜 그런 거야?

2023. 4. 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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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
1년새 영업익 14.1조→1조 추락
반도체 부문 4조 안팎 손실 전망
지난달 1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주총 현장에서는 부진한 삼성전자의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내일(7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조원 내외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데요. 그야말로 ‘충격적인 실적’이라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다른 기업이었으면 조(兆) 단위 영업이익이 오히려 자랑스러웠을 겁니다. 1000억원이란 숫자도 큰데 그보다 10배 이상은 높은 금액이니까요. 그런데 왜 삼성전자에는 충격일까요? 삼성전자 사전에 분기 1조원 아래의 이익은 거의 겪어본 적 없는 수치라 그렇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9년 1분기 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1조원 밑으로 이 수치가 내려간 적이 없는데요. 2009년이면 2007~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벌어진 금융 위기의 여진이 여전히 남아 있던 때입니다. 그 힘든 시기에 허리띠 졸라맬 당시 번 돈이 그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1분기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볼까요?

14조1200억원입니다. 이 금액이 올해 1분기 1조원대로 떨어지면, 92% 수준의 ‘추락’입니다.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사 본사[삼성전자 제공]
삼전 실적 악화, 도대체 어느 정도로 심한 거야?

3곳 이상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1억원입니다. 이 수치가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우선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현대차(2조5649억원)에 밀릴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됩니다.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이 상장사 1위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죠. 삼성전자는 14년 만에 LG전자에 뒤처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976억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했을 때 33.61% 감소한 수치인데요.

삼성전자는 지난해 꿈의 ‘300조원 매출’ 시대를 열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올해 1분기 사업성과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입니다.

금융투자업계 전망을 보면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키움증권만 1조3610억원을 제시했고요. 나머지 증권사들이 4000억~6000억원대 수준의 예상치를 제시했습니다. 거의 1조원 미만을 제시한 것인데요. 이 같은 전망이 실현될 경우 2009년 1분기 수준의 경영위기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겠죠.

삼성 실적 악화의 주범은 무엇?

다름 아닌 반도체입니다. 삼성전자는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반도체인 메모리 시장에서 세계 최선두 기업입니다. 이 사업에서 그동안 벌어들인 돈이 많았는데요. 최근 이 메모리 시장의 악화가 적자를 이끌었죠.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4조원대 안팎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그야말로 안 팔려서 그렇습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제조 라인 내 직원 모습.[삼성전자 영상]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42.5% 감소한 59억6000만달러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봐도 올해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누적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12.8%에 불과합니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하회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라고 하네요.

삼성전자와 비슷한 메모리 사업을 하는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충격이 예상됩니다. 1분기 매출 4조9757억원, 영업손실 3조4776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장기적 대외 악재가 있다는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미국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초과 수익을 나누고 반도체 공정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실질적 첨단 투자를 확대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죠.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반도체 매출을 내기도 바쁜데, 미국마저 발목을 잡고 비트는 형국입니다.

반도체 적자, 어느 사업부가 만회했어?

삼성전자 1분기 (잠정) 실적은 스마트폰, 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부문이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증권가는 DX부문이 1분기 4조원대 초반의 영업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적자를 상당 부분 해소한 셈이죠.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 임세준 기자

특히,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가 다시 실적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 1분기 갤럭시S23 시리즈 출하량은 1100만대로 추정되는데요, 스마트폰 업계가 대체적으로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S23 시리즈는 출시 후 첫 4주 판매량이 전작 갤럭시 S22 시리즈보다 10% 늘었다고 하네요.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흥행이 눈에 띕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S23 시리즈는 전작 대비 ▷유럽에서 1.5배 ▷인도에서 1.4배 ▷중동에서 1.5배 ▷브라질과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1.7배 높은 판매 성과를 기록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분기 적자로 돌아섰던 생활가전부문도 이번에는 흑자로 돌아설 전망입니다. 특히,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SDC 부문의 선전도 기대됩니다. 금융투자업계는 SDC 부문이 6000억~9000억원의 영업익을 달성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MX사업부와 디스플레이 쪽이 반도체 부문 영업 손실을 만회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삼성전자는 우는데, 가전사업 LG는 웃는다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 악화로 울상이지만, LG전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입니다.

LG 올레드 tv[LG전자 제공]

올해 1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죠. 지난해 치솟았던 물류비와 원자재 비용이 최근 정상 수준으로 복귀한 가운데 가전과 TV 주문량도 회복세로 들어서면서 실적 회복에 힘을 보탠 것으로 관측됩니다. 가전은 북미 중심으로 프리미엄 수요가 양호한 가운데, 신가전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회사가 밀어주고 있는 전장 사업도 양호하단 전망입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장 부문은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포테인먼트 사업부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확대, LG마그나 E-파워트레인에서는 기존 고객들의 물량이 확대되는 가운데 유럽 업체들로 고객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raw@heraldcorp.com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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