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퀄컴 제쳤다… 토종 AI 반도체 ‘리벨리온’의 반란
한국 반도체 스타트업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 경연대회에서 미국 엔비디아·퀄컴 같은 절대 강자들을 제쳤다. 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성능 테스트 대회인 엠엘퍼프(MLPerf)에서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아톰’이 퀄컴·엔비디아의 동급 반도체보다 1.4~3배가량 앞선 성적을 받았다”고 6일 밝혔다.
엠엘퍼프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 스탠퍼드·하버드 등 빅테크와 대학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ML코먼스가 매년 여는 대회로, 반도체 성능 평가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 대회에서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제쳤다. 반도체 설계의 불모지로 꼽히는 한국에서 이 분야에 꾸준히 도전해온 스타트업과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챗GPT 같은 언어모델 처리에 강점, 엔비디아보다 최고 2배 빨라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미국 인텔과 AMD, 엔비디아 등이 수십년간 장악하고 있는 시장으로 한국 기업들은 진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신 리벨리온 같은 스타트업들은 AI반도체라는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렸다.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범용 반도체와 달리 AI반도체는 AI와 관련된 연산에 특화돼 있다.
이번 엠엘퍼프에서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아톰은 AI 언어모델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동급 반도체보다 1.4배에서 2배 빠른 속도를 기록했다. 또 퀄컴 제품보다는 1.8배 빠른 속도로 같은 과제를 처리했다. AI언어모델인 챗GPT에 같은 질문을 물어봤을 때, 리벨리온의 반도체가 탑재된 컴퓨터에서 구동되는 챗GPT가 가장 빨리 사용자에게 답을 내어놓는다는 뜻이다. AI가 이미지를 분석해주는 비전(시각) 분야에서는 리벨리온 반도체가 퀄컴보다 1.4배, 엔비디아보다 3배 빠른 속도로 작업을 처리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챗GPT와 같은 언어모델,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비전 모델 두 분야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자랑스럽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2020년 창업한 리벨리온은 카이스트·MIT(매사추세츠공대)를 나와 미국의 인텔·스페이스X에서 반도체를 설계했던 박성현 대표와 IBM 왓슨연구소 출신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 등 한국의 반도체 인재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다. 지난해 KT·싱가포르국부펀드·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초기 투자를 받았다.
◇퓨리오사·사피온, 불모지에 크는 AI 반도체 기업들
리벨리온에 앞서 2021년 엠엘퍼프에서 한국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대용량 이미지·영상 성능에서 엔비디아의 동급 반도체를 제쳤다. SK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은 2022년 대회에서 데이터센터용 AI 성능 부문에서 엔비디아 반도체보다 전력 효율이 2.2배 이상 높았다. 퓨리오사AI 창업자 백준호 대표는 삼성전자·AMD를 거쳐 2017년 회사를 창업했고, 사피온은 SK텔레콤 내부 프로젝트로 시작해 2021년 삼성전자·서울대 교수 출신 류수정 대표를 영입하고 작년 법인을 설립했다. 젊은 인재들의 도전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반도체 설계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엠엘퍼프 우승이 이들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검증되고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반도체를 우선시한다.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충분한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대량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리벨리온의 경우 내년 초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5나노 공정에서 양산을 시작한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대만 TSMC에서 양산을 시작했다. 두 기업 모두 아직 반도체 시장에서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다만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초기 검증 단계만 넘어가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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