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당 이미지 실추' 엄중 경고…다만 "이 시각 이후로"
최근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설화를 일으켰죠. 김기현 대표가 오늘(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엄중 경고를 내렸습니다. "당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언행에 대해선 당 대표의 권한을 보다 엄격하게 행사하겠다" 한 거죠. 다만, "이 시각 이후로"라는 전제를 달았는데요. 앞선 실언들의 책임은 따로 묻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가 됩니다. 관련 내용을 정치인사이드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내일이면 당 대표에 오른지 딱 한달이 되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내년 총선을 이끌 새로운 당 지도부가 출마한지 한 달이 다 돼가고 있습니다. 안정 속 개혁을 모토로 그동안 체제를 정비하고 민생을 최우선하는 정책을 하나 둘 실행하면서 경제도 살리고 민생을 살피는 등 내일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내일을 위한 준비에 박차라? 글쎄요. 당 최고위원들의 잇딴 실언에 과거사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죠.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너알아TV' / 지난달 12일) : 헌법 정신에 '5·18 정신을 헌법에다 넣겠다' 그런다고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압니까. 전라도는 영원히 10%예요, 영원히 10%.]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 (유튜브 '너알아TV' / 지난달 12일) : 그건 불가능합니다.]
[태영호/당시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2월 13일) : 4·3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에 한때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결과! 한마디로 '안봐도 비디오'입니다. 그동안 최고위원들의 개인 의견이라고 애써 선을 그어왔던 김기현 대표! 오늘 작심한 듯, 경고의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당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합니다. 이 시각 이후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당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하여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격하게 행사하겠습니다.]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다면, 자격평가 시 벌점을 매기겠다고도 강조했는데요. 총선 공천에서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를 일으킨 두 최고위원들! 김 대표의 경고에 '움찔'이라도 할까 싶습니다. '이 시각 이후'라고 못을 박았죠. 앞선 실언들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겠다!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입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달 자숙, 셀프 징계로 끝날 모양입니다. 세번의 실언! '삼진아웃제'가 무색해졌습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성난 제주 민심에 물음표를 붙였죠?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지난 3일) : 저는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되는지 아직까지 납득이 되지 않고…]
오늘도 태연히 최고위에 참석해, 민주당의 후쿠시마 원전 방문은 '괴담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 민주당만은 아쉽게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여 21세기에 괴담 정치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광우병, FTA, 사드 전자파, 세월호 잠수함 충돌, 천안함, 수돗물 민영화 등 괴담 정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본인의 '제주 4·3 사건' 김일성 지령설! 제주 도민들에겐 '괴담'보다 더한 역사 왜곡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건 아니겠죠?
[김한규/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4·3은 김일성의 지시에 의한 공산 폭동이라고 얘기를 해서 80년 전의 보수세력이 하던 얘기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고 그 얘기로 서북청년단만이 아니라 우리공화당 이런 데서 제주도에 80군데 넘게 동일한 내용의 현수막을 붙였어요.]
당 내에선 두 최고위원 모두 당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 4일) : 태영호 의원은 4·3 건드렸고 김재원 최고는 광주 5·18 건드렸는데 그런 문제 쪽을 건드린 건데 이거 1년보다 더 나와야 되지 않겠어요.]
'공정'의 문제를 생각해서라도, 징계 절차를 밟는 게 '상식'에 부합하겠죠. 김기현 대표! 일단 당 윤리위를 구성하겠다고만 밝혔는데요.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당 윤리 위원회를 조속한 시일 내에 구성하고 엄정한 윤리 기강을 확립토록 하겠습니다.]
당 지도부는 윤리위가 독립기구라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죠. 징계 여부에 대한 판단! 윤리위에 넘길 생각인 듯합니다.
[김병민/국민의힘 최고위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윤리위에 넣었으면 좋겠다'라고 제소를 외부에서 할 수도 있습니다. 최종적인 결정 징계권은 윤리위 내부의 독자적인 판단이거든요.]
김 대표의 엄중 경고!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닌가 싶은데요. 과연 두 최고위원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요? 실수가 아니라 소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더욱이 본인들의 지지층을 생각한다면 더욱 더 말입니다.
[이철규/국민의힘 사무총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아마 본인을 지지하는 이런 분들의 목소리, 또 그런 걸 대변한다고 하다가 국민 일반의 생각과는 조금, 인식과는 조금 다른 부분들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윤태곤/더모아 정치분석실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달 29일) :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광훈 목사 쪽에 지지를 얻지 않았을까.]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 4일) : 지금 태영호 의원은 솔직히 4·3 발언 해가지고 제가 참 제주도민들께 죄송합니다만 전당대회 때 어느 정도 재미 본 거 아닙니까.]
두 사람이 앞으로 자중자애한다고 해도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당 지도부의 입에서 흘러나온 광주 5·18과 제주 4·3 폄하 발언들! 국민의힘에 고스란히 딱지로 남았죠.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우리는 5·18 폄하 정당이 돼버렸잖아요. 그리고 또 4·3 폄하 정당이 돼버리고…]
5·18과 4·3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입장이 뭐냐? 당 대표가 나서서 정확하게 밝혀야 하지 않을까요. 김기현 대표! 그저 경고의 메시지만 내놨을 뿐, 이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은 따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에게 가르마를 탈 힘이 있겠느냐? 물음표를 붙이고 있죠.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김기현 대표 자신의 리더십이나 자신의 역량으로 뚫고 온 게 아니고 용산의 무지막지한 지원. 거의 뭐 참 상대가 될 만한 사람들은 다 내쳐버리는 그런 전당대회 속에서 그냥 무임승차하고 등극한 것 아니냐. 즉 발광체가 아니고 반사체 대표로서의 한계가 있다.]
결국 용산에서 답을 받아와야 한다는 건데요. 김 대표가 그토록 강조하던 '당정일체'! 어째 요즘은 소식이 뜸한 듯싶습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대통령실 가가지고 만찬하면서 '대통령과 격주로 독대하겠다' 그렇게 발표한 게 기억이 나는데 지금 한 달 됐는데 그러면 한 두어 번 정도는 독대를 했어야 되잖아요. 혹시 기억나세요? {언론에 나온 건 없는 것 같은데요.} 안 나죠? {네.}그러니까 반사체로서 그래도 빛을 발하려면 발광체하고 계속. {만나야 되는데.}]
김 대표!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화제 전환에 나섰죠. 국민 여론을 거론하며 국회의원 의원 정수 문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국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신뢰 회복을 위한 특권 내려놓기조차 없이 선거제도만 개편하자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 대표의 이 초식! 이미 한차례 써먹었었죠. 지난달에도 주 69시간제와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발언으로 수세에 몰리자,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겠다! 갑작스레 선언을 했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지난달 20일) : 국회의원 정수는 절대 증원시키지 않겠습니다. 느닷없이 의원 수효를 증원시키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우리 당은 어떤 경우에도 의원 수효가 늘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당장 민주당에선 의원 정수 문제가 약방의 감초냐! 쏘아 붙였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음성대역) : 지난번에도 당이 여러가지로 어려우니까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해야 한다며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습니다.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마치 의원 정수가 무슨 약방의 감초인 양 이렇게 꺼내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제대로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기현 대표! 당내 쓴소리를 잘 귀담아 들어야할 듯싶습니다. 오늘의 정치 인사이드, 하태경 의원의 충고로 마무리합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당대표가 정신 바짝 차리고 악역을 자처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경고 조치를 하고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를 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이런 대안들이 나오지 않고 이러면 말 그대로 이제 이류 정당, 우리 당 이류 정당이 되는 거고요. 그럼 제3의 정당이 나올 겁니다, 총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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