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은행 위기 알았나… 공매도로 9조원 넘게 챙겼다

은행위기 동안 헤지펀드들이 은행들 주식을 공매도해 72억달러(약 9조47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붕괴하면서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에 몰린 가운데 헤지펀드들은 공매도로 큰 돈을 번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데이터 집계업체 오르텍스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오르텍스에 따르면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들은 SVB 공매도로 약 13억달러를 벌었다. 또 SVB, 시그니처 은행이 붕괴된 뒤 다음 붕괴 주자로 거론되며 지난달 주가가 89% 폭락한 캘리포니아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 공매도로도 헤지펀드들은 8억4800만달러 차익을 거뒀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때 주식을 빌려 이를 판 뒤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되사 갚는 형태의 투자다. 고위험 고수익 투자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하나다.

이들의 공매도는 미국 은행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대서양 건너 유럽에도 은행위기가 확산되자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S) 주식에도 공매도 포지션을 취해 6억8400만달러를 벌었다. CS는 지난달 주가가 71% 폭락했다.

헤지펀드들이 궁지에 몰린 미국과 유럽 은행 주식 공매도로 벌어들인 돈은 한 달 새 72억달러에 이른다.

오르텍스 공동 창업자 피터 힐버그는 "3월은 2008년 금융권 붕괴 이후 은행부문 공매도로는 가장 순익이 높았던 달"이라고 말했다.

아고너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 배리 노리스는 CS, 퍼스트리퍼블릭 공매도로 높은 순익을 냈다면서 자신이 운용하는 아고너앱솔루트리턴 펀드가 6%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인 런던 마셜웨이스 역시 큰 돈을 벌었다.

마셜웨이스는 독일 도이체방크 지분 0.7%를 공매도해 약 4000만달러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