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농민 도우려다 폴란드 장관 날렸다...원조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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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국빈 방문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왔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은 처음이다.
폴란드 농림부는 지난달 30일 루마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정부와 공동으로 EU에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산 곡물과 계란 등의 유입 규모가 전례 없이 크다. 관세를 다시 부과하고 거래량도 다시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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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곡물 대거 유입" 폴란드 농가 피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국빈 방문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왔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은 처음이다. 훈훈한 외교 이벤트가 될 거란 기대가 컸다.
같은 날 헨리크 코발치크 폴란드 부총리 겸 농림부 장관이 전격 사임하며 다소 찬물을 끼얹었다. 사임 이유에 우크라이나가 얽혀 있어 싸늘함이 더 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값싼 우크라 곡물, 대거 유입… 폴란드산 가격 '뚝뚝'
세계의 곡창지대라고 불린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 흑해를 통해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밀과 옥수수 등을 수출했다. 전쟁 이후 러시아가 흑해 경로를 차단하며 수출길이 막혔다. 우크라이나 경제난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식량난까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6월 "1년간 우크라이나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매기지 않고 거래량 제한도 하지 않겠다"며 수입 규제를 풀었다. 이에 인접국 폴란드, 루마니아 등을 통과하는 육로로 수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폴란드로 유입된 곡물이 최종 목적지로 가지 않고, 폴란드를 비롯한 중부 유럽에서 소비됐다는 것이다. 폴란드 관련 내외신 보도를 정리해 전하는 '노트프롬폴란드'는 최근 "매달 45만 톤의 우크라산 곡물이 폴란드로 들어오는데, 이는 1년 전보다 16배 많은 것"이라고 전했다.
저렴한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대거 유통되면서 폴란드산 곡물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폴란드 농민운동단체 '아그로우니아' 대표 미하우 코워드지에이차크는 "지난해 곡물 가격은 톤당 1,500즈워티(약 45만9,930원) 정도였는데, 최근엔 750즈워티(약 22만9,965원)까지 내려갔다"고 영국 언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농민 분노 큰데, EU '우크라 지원' 연장하자... "사퇴"
"우크라이나 곡물이 수입돼도 국내 시장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던 농림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농민들은 정부 규탄 시위를 벌였다.
폴란드 농림부는 지난달 30일 루마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정부와 공동으로 EU에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산 곡물과 계란 등의 유입 규모가 전례 없이 크다. 관세를 다시 부과하고 거래량도 다시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EU는 올해 6월까지였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특혜 기간을 내년 6월까지로 오히려 연장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EU는 폴란드 농가 지원 자금으로 2,950만 유로(약 424억1,510만 원)를 책정했지만, 농민들이 당한 피해를 보상할 정도는 아니다.
결국 코발치크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기로 했다. 그는 사퇴 성명에서 "EU가 폴란드 농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됐으니 물러나겠다"고 EU를 직격했다. EU가 이에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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