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격물치지와 고리2호기

세종=박효정 기자 2023. 4. 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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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는 신기한 자연현상일 뿐인 '일식(日蝕)'은 조선 초만 해도 두려운 재앙이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1·2호기를 건설할 때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간절한 염원은 씨앗이 돼 고리1·2호기는 원전 강국을 일궈내는 큰일을 해냈다.

고리2호기의 경우 40년 동안 약 300만 명의 부산시민 전체가 10년 동안 사용한 전력량인 19만 3473GWh를 생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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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서울경제]

지금 우리에게는 신기한 자연현상일 뿐인 ‘일식(日蝕)’은 조선 초만 해도 두려운 재앙이었다. 일식이 발생하면 임금과 백관들이 소복을 입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왕을 상징하는 태양이 빛을 잃는 것은 왕이 힘을 잃는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일식과 월식이 시작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 등 천문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역법을 만들게 했다. 평소 과학적 열린 사고와 사물이나 현상 속에 있는 이치를 탐구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의 격물치지와 애민 정신은 훈민정음을 만들어냈고 측우기와 해시계·물시계 등 자랑스러운 과학적 산물을 창조했다. 과학적 리더십 덕분에 자연현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미래를 예측해 농사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세종대왕의 과학적 DNA를 물려받은 민족이다. 그 덕분인지 최첨단 과학의 산물인 원자력 분야에서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르게 기술 자립을 이루고 해외 수출도 달성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1·2호기를 건설할 때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산업을 일으키자면 밀도 높은 에너지가 필요했지만 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이 가난을 벗어나려는 열망만 있었다. 그 간절한 염원은 씨앗이 돼 고리1·2호기는 원전 강국을 일궈내는 큰일을 해냈다. 원전 반복 건설로 기술 자립의 길을 앞당기는 실마리가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으로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왔다. 고리2호기의 경우 40년 동안 약 300만 명의 부산시민 전체가 10년 동안 사용한 전력량인 19만 3473GWh를 생산해냈다. 평균 84%를 상회하는 발전소 이용률은 고리2호기가 얼마나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됐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나라는 보유한 자원이 거의 없는 자원 빈국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평균 94.8%에 달한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은 급등하고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지금 세계는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때에 원전을 계속운전하는 것은 우리가 보유한 자원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7년 이내 원전 10기를 계속운전하면 약 107조 6000억 원 이상의 국가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탄소 중립 실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탄소 발전원인 원자력발전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계속운전의 기본 전제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마음으로 안전에 안전을 더한 상태로 계속운전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 국민 여러분과의 진심 어린 소통이다. 고리2호기를 신뢰해주실 때까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대화할 것이다. 과학적 리더십과 지식을 기반으로 고리2호기를 안전하게 운영해 국가 에너지 안보를 든든하게 하는 일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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