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변호사 불출석 사건 피해자에게 소송비용 안 받을 수도”

서울시교육청이 학교폭력 피해자 측 변호인의 잇단 재판 불출석으로 패소한 사건에 대해 소송비용 청구를 취하할 뜻을 내비쳤다. 

강민석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이르면 7일이나 다음주 초 관련 사건에 대한 소송심의회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소송 사무처리 규칙’에 따르면 ‘공익소송 등 상대방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돼 (소송)심의회 의결을 받은 경우’ 소송비용을 회수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중·고교 시절 학교폭력으로 딸을 잃은 어머니 이모씨는 2016년 8월 학폭 가해자들과 학교법인,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가해학생 1명의 손해배상 책임만을 인정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유족은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서울시교육청은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경애 변호사. 연합뉴스

이번 소송에서 학폭 피해자 유족 변호는 ‘조국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가 맡았는데, 권 변호사는 예정된 3번의 항소심 재판기일에 모두 무단으로 출석하지 않아 지난해 11월 말 항소가 취하됐다. 민사소송법은 변론기일에 양쪽 당사자가 3번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유족 이씨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달 31일 권 변호사를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나) ‘재판이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권 변호사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소송이 취하됐답니다. 재판기일에 두 번 출석을 안해서 취하가 된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씨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첫 번째는 법원까지 갔으나 쓰러져서, 두 번째는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세번째는 판사가 자신에게 재판기일을 잘못 알려줘서 가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씨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채 지난 8년이라는 시간을 산산히 박살 내놓고는 그저 알량한 자신의 변호사 위신만 챙기는 말에 그 뻔뻔한 얼굴을 쳐다보는 것도 끔찍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항소심 취하에 따라 떠안게 될 소송비용에 대한 걱정도 털어놨다. 이씨는 “의논 드린 분의 말씀으로는 당장 상대방들(피고)로부터 거액의 소송비 청구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며 “청소 노동자가 되어 풀칠하고 있는 제가 절대 감당 못할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강 대변인은 “항소심 결과가 끝난 뒤 시교육청 해당과에서 지난달 유족을 상대로 1300만원의 1심 소송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소송심의회 소집과 관련해 “변호사 불출석 및 피해자 측의 어려움, 학폭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번 소집을 결정했다”며 “이번 사건이 (상대방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될 경우 소송비용 회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조항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 혐의 조사를 준비 중이다. 변협은 이날 “이번 일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한다. 유족에 깊은 위로를 표한다"며 "협회장 직권으로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협 회규에 따르면 협회장은 징계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회원을 조사위에 회부할 수 있고, 징계위원회는 조사 결과에 근거해 징계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한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