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실화 공개…"총알 쏟아지자 北외교관, 태극기 흔들어"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 공관원 목숨 건 공동대피
韓대사관서 함께 1박 보내
"관저에서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이동하는 과정과 대사관 후문 도착 후 문을 열어줄 때까지 7분간 총탄 사격 상황하에서 기다리는 과정이 너무나 급박했기 때문에 북한 이창일 서기관은 내내 태극기를 직접 높이 흔들면서 우리가 외교관이라는 것을 표시하면서 위기를 방지코저 했다."
외교부가 6일 공개한 비밀해제 외교문서에는 영화 '모가디슈'(2021)로 유명해진 이른바 '소말리아 남북 공관원 탈출' 사건의 막전막후가 담겼다. 분단의 현실 속에서 남북한 대사관원들이 함께 목숨을 걸고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간 영화 속 장면이 실제 문서로 공개된 것이다.
외교부는 이날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를 공개하면서 노태우 정부 마지막 해인 1992년에 생성된 문서 2361권, 36만여 쪽을 일반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문서 중에는 1990년 12월 30일 소말리아 반정부군이 수도 모가디슈로 진격할 때 남북 공관원들의 탈출 상황을 생생히 묘사한 외교 전문이 포함됐다.
초반에는 교신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우리 측은 미국 대사관을 통해 본부에 보고를 올리는 등 급박한 분위기였다. 강신성 주소말리아 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직원과 교민 등 남한인 7명은 대사관저에 피신해 있다가 1991년 1월 9일 구조기를 타러 공항으로 나갔지만 교신 오류로 탑승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강 대사는 공항으로 피신 온 김용수 북한 대사 등 북측 인사 14명을 조우해 사정을 듣고 공동 대피를 제의했다. 북한 대사관은 전날 무장강도 침입으로 약탈당했던 상황이었다. 강 대사는 전보에서 "김 대사가 1시간 반의 여유를 달라고 했고 북한 공관원들은 주재국 외무부 등 자기들을 보호할 만한 기관을 찾아갔으나 모든 행정기관이 마비 내지 풍비박산된 사실을 확인하고는 제의를 수락했다"며 다 같이 한국 대사관저에서 1박을 보냈다고 전했다.
다음 날 강 대사는 남한 인원만 태울 수 있는 구조기를 제공하겠다는 이탈리아 측 제안을 거절한 뒤 나머지 20명을 데리고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총격 속에서 운전대를 잡았던 북한인 한상렬 씨는 도착 직전 총에 맞아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숨졌다.
강 대사는 전보에서 "(한씨는) 피격 당시 치명상이었으므로 핸들을 놓았더라면 차량이 전복되면서 전 대열이 수라장에 빠져 모두 총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컸다"며 "동인의 초인적인 사명감에 감복한 소직은 그 후 매일 아침저녁 묘를 찾아 경배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들은 이탈리아가 주선한 항공기를 타고 케냐 몸바사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강 대사는 현지 교민들이 마련해준 호텔에서 북한 대사 일행과 하루 더 함께 지내며 위로금까지 전달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김 대사의 완강한 거절로 불발됐다고 보고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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