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은 영남·민주는 수도권 … 대폭 물갈이說에 현역들 초긴장
◆ 총선 D-1년 ◆
22대 국회를 구성할 내년도 4·10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당은 영남권 물갈이, 야당은 수도권 물갈이 가능성이 제기되며 현역 의원들과 출마 희망자들 사이에 치열한 눈치작전이 시작됐다. 6일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면을 전환하고 대통령을 도와 중반기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줄 친윤계(친윤석열계)의 원내 입성을 위한 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다. 벌써 대통령실과 주요 당직자를 중심으로 세평이 나돌며 총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우선 '공천=당선'이라 불리는 영남권 지역에선 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즉 해당 지역이 정치 신인들의 등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정치권에선 부산 지역 총선 출마 예정자 명단이 돌며 설익은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부산 수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주 비서관은 부산 남구 출신이지만 해당 지역구엔 친윤계 박수영 의원이 자리하고 있어 수영구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대로 부산 수영구 출신인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갑 전략 공천이 점쳐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당의 가교역을 맡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역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동래 출마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이 수석은 해당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지낸 바 있다.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도 심상치 않다. 임병헌 국민의힘 지역구인 대구 중남에는 이번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김재원 최고위원의 출마가 점쳐진다. 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인 경북 영천청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검찰 출신들의 총선 대약진 가능성도 끊이지 않고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검찰 차출설에 대해 "대통령과 가깝다고 선거에 나갈 일은 없다"며 "(검찰 대거 출마설에) 공감하지도 않고 일어날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 역시 지역구 확보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자신의 명의로 보유 중인 아파트와 사무실 전세임차권을 신고했다. 이곳은 서울 양천갑으로 분류되며 황희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다. 조 의원은 2021년부터 양천갑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구 활동을 해왔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사무실 전세계약 건을 올해 재산신고 목록에 새롭게 올렸다. 전 의원은 직전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과 당 내에서 경쟁 중이며 경선을 통과하더라도 3선의 진선미 민주당 의원과 맞붙게 된다.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102석을 휩쓸며 압승한 민주당에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수도권에서 대폭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며 현역 의원들의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월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로 친명(친이재명) 대 비명(비이재명) 갈등 구도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표출됐는데, 이는 결국 내년 수도권 공천 주도권을 손에 쥐기 위한 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명계가 수습책으로 당직 쇄신을 요구하면서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교체를 요구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해찬 전 대표 때 마련한 '시스템 공천'을 이번 총선에서도 거의 그대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러한 틀 안에서 선출직 공직자 하위 20%는 감점 20%를 적용하고, 정치 신인과 청년, 여성에게 가점을 줘 인적 쇄신을 최대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친명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총선 출마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 대표의 사법 대응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광주 서을 출마가 유력하다. 광주 서을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의 경우 비례대표이자 친명계인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최근 이 지역으로 이사하며 내년 총선 출마를 사실상 결정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경기 성남중원에는 역시 친명계로 분류되는 현근택 변호사(민주연구원 부원장)가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두 지역구는 현역 의원들이 모두 비명계라는 점에서 계파 간 경쟁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노형욱 전 장관이 광주 동남갑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조계원 전 이재명 경기지사 정책수석은 전남 여수을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전남 해남완도진도 출마설이 돈다.
여권에서 전·현직 정부 인사나 검찰 출신 차출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만큼 민주당도 '586 용퇴' 등 세대교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3선 이상 중진들이 험지로 몸을 던지는 정도는 돼야 국민이 표를 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치인은 현재까지 우상호 의원이 유일하다. 서울 중성동갑에서 3선을 한 홍익표 의원은 내년에 서울 서초을 출마를 선언하고 이미 거처를 옮겼다.
[추동훈 기자 / 전경운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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