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경영주 책임" 판결… 재계 "엄벌 만능주의"
법원 "안전관리 기준 안 지켜
유족과 합의 등 양형 고려"
중대법 기소 14건 중 첫 판결
처벌범위·수위 가늠자 될듯
건설업계 "처벌 강화만으론
사고방지에 한계 있어" 호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주에게도 산업재해의 책임이 있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와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민사회계에서는 낮은 양형에 실망이 크다는 성토가 나오는 반면, 법조계와 산업계는 엄벌만능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6일 중대재해법 1호 판결을 내리면서 "산업재해와 관련해 사업주와 도급인에 대해 보다 더 무거운 책임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로 중대재해법이 제정됐는데도 피고인들의 의무 위반으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로 이어졌다"며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만 안전난간을 임의로 철거하는 등의 관행도 사망의 일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여 피고인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는 어렵다"며 "또 피고인들이 유족에게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위로금을 지불한 점,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향후 재발 방지 계획을 세운 점, 관련 전력이 없는 점 등 양형에 유리한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예상보다 강한 처벌이 나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법의 법정형이 1년 이상으로 규정돼 있어도 감경을 통해 징역 6월 정도로 판결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빗나간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중대재해센터 노동팀 파트너인 정대원 변호사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때는 벌금형이 많았는데 중대재해법에선 법정형을 1년 이상으로 정한 만큼 이번 판결은 중하게 처벌하자는 법 취지에 맞는 형을 정했다"고 봤다. 반면 법무법인 세종의 중대재해대응센터장인 김동욱 변호사는 "감경 사유가 꽤 있었기 때문에 형이 높게 나온 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산업안전법보다 조금 높게 나온 밋밋한 판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첫 판결과 관련해 강도 높은 처벌을 기대했던 시민단체에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대재해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이 만들어진 것은 원청 대표이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인데, 기존의 산업안전법 위반 선고 형량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 결과는 지금까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넘겨진 14건 중 첫 번째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의 처벌 범위와 수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어서다. 향후 관련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6일에는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경남 함안군 소재 한국제강의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에 대한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는 지난 3월 한국제강에서 설비 보수를 담당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낡은 섬유벨트가 끊기며 떨어진 방열판에 깔려 숨진 사고다. 같은 날 창원 두성산업 공판도 열린다. 직원 10명이 근무하던 중 유해물질(트리클로로메탄)에 집단 독성감염된 사건으로 두성산업 측은 중대재해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중대재해법상 경영 책임자의 범위는 그룹 회장으로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의정부지검 형사4부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불구속기소하면서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첫 번째 그룹 오너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노동 분야 전문가인 이광선 율촌 변호사는 "(대기업 오너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의사결정을 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됐다면 현장에서 멀리 있다는 이유만으로 형에서 차이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기소됐던 작은 업체 대표들도 구체적으로 일일이 의사결정을 다 내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고법판사 출신인 이정훈 지평 변호사는 "다른 재판부에서 이번 판결을 참고하긴 하겠지만 대표적인 사례로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계는 이번 선고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한편 처벌 강화 위주의 법체계로는 사고 방지에 한계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직을 안전 강화 위주로 개편하고 현장에 대한 교육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현장에서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예빈 기자 / 이상헌 기자 / 연규욱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한국차 맞아? 토레스보다 역작”…‘임영웅車’ 렉스턴 후속 엿보니 [카슐랭] - 매일경제
- “남친 있거든”…‘사귀자’는 호날두 걷어찬 미인대회 출신 얼짱女 근황 - 매일경제
- 최수종이 무려 15박이나 묵었다는 순천의 한 마을, 직접 가보니 - 매일경제
- 정유라 “난 입학취소 100일 안 걸렸는데…오래도 가네” - 매일경제
- [단독] 삼성 ‘밀어서 잠금해제’…특허 공격에 또 당했다 - 매일경제
- 유례없는 초고층 해체작업...광주 아이파크 6월 본격 철거 - 매일경제
- ‘車부심’ 미일독, 한국차에 충격…정의선 ‘미래차 전략’ 제대로 통했다 [왜몰랐을카] - 매일
- “배터리株 중에 가장 저평가”…초고수는 이 종목에서 기회 노린다 - 매일경제
- 벌써 규제 약발 끝?...호가 내릴까 말까 고민 빠진 집주인들 - 매일경제
- 메시, 호날두따라 사우디행? 알 힐랄 4억 유로 이상 제시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