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재심 통해 4.3유족들 조금이나마 위로되길"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2023. 4. 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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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제주 수요인터뷰=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 변진환 검사]
"2021년 직권재심 합동수행단 출범때부터 활동 시작"
"합동수행단 발령나자 사법고시 준비하듯 4.3 공부에 매진"
"현재 군사재판 851명 재심 청구, 761명 재심 개시 결정 이뤄져"
"2주마다 30명 청구 재심청구서 130페이지 작성…업무량 많아"
"오랜 수기 자료 제주방언 녹취록 해독 어려워 반복해서 자료 확인"
"검찰이라며 연락하면 보이스피싱 오해받아 설득작업 난항 겪기도"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 변진환 검사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3년 4월 5일(수)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4.3직권재심 합동수행단 변진환 검사

◇박혜진> 수요인터뷰 오늘은 제주 4.3특별법 개정으로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4.3 수형인 직권 재심을 청구하고 있는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의 변진환 검사를 만나봅니다. 검사님 안녕하세요.

◆변진환> 변진환 검사입니다.

◇박혜진>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에서 활동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변진환> 2021년 11월 24일 합동 수행단이 출범할 때부터 활동했는데요. 1년 4개월이 좀 넘은 것 같습니다.  

◇박혜진> 처음에는 군사재판을 중심으로 합동수행단이 활동을 시작했던 거잖아요. 직권재심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거죠.  

◆변진환> 그렇죠. 직권재심이라는 제도 자체가 형사소송법에 원래 있었어요. 그런데 검사가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이 다 돼 있는 것을 무죄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합동수행단을 만들어 활동한 건 최초입니다.

◇박혜진> 2530명 중에 직권재심 청구에서 무죄를 받은 분은 얼마나 될까요.  

◆변진환> 무죄를 받은 분은 731명이 무죄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군사재판 같은 경우에는 현재까지 851명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요. 761명에 대해서 재심 개시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박혜진> 자료들도 굉장히 방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나하나 다 보고 확인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변진환> 사실 굉장히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부분은 자료가 굉장히 많은 반면 어떤 부분은 또 자료가 너무 없고, 없는 것에서 찾아내는 것도 힘들고요. 그동안 4.3평화재단이나 4.3연구소에서 연구를 축적해 놓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연구 자료들도 계속 보고 있습니다. 또 중요한 게 국가기록원에 수감 자료나 수형 자료들이 있어요. 수용자 신분장이라든지 재소자인명부, 판결문 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런 자료를 확보하고, 한자로 쓰여 있는 걸 해독하는데 고생하고 있죠.

◇박혜진> 한 분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보고 준비하는 기간은 보통 어느 정도인가요.  

◆변진환> 청구를 2주마다 하고 있어요. 5차까지 청구할 때는 2주마다 20명씩 청구를 했고요. 6차부터는 조금 더 속도를 올려서 2주마다 30명씩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재심 청구서를 130장 가량 써요. 굉장히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박혜진> 검사라는 위치가 주로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역할이잖아요. 직권재심은 무죄를 입증하시는 것이어서 되게 낯설 것 같기도 한데 일하실 때 어떻습니까.  

◆변진환> 제가 합동수행단에 오기 전 검사 역할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해서 처벌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재심 사건을 해본 적이 없어요. 재심 업무를 해 본 검사 자체가 아주 드물 정도로 굉장히 예외적인 업무인거죠. 검사에 임관할 때 저는 피고인이 억울함이 없도록 억울함을 풀어주는 그런 검사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 다시 재심을 해서 무죄를 받아내는 일은 저한테 굉장히 뜻깊고 보람된 일입니다.

◇박혜진> 검사님이 제주 출신이시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에서의 역할과 마음가짐이 더 진지하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변진환> 제가 제주 사람이지만 제주 사람이라고 해서 다 4.3 사건을 잘 알지는 않잖아요. 대학교때 현기영 선생님의 '순이 삼촌'을 읽었지만 잘 와닿지가 않더라고요. 대검찰청에서 합동수행단으로 저를 보낼 때 4.3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를 읽고 나서야 4.3 사건을 어느 정도 알게 됐죠. 어떻게 이런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제주도 인구의 10분의1인 2만5천 명에서 3만 명이 이렇게 목숨을 잃고 희생당하는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최초 논문은 1975년 미국 존 메릴이라는 분이 쓴 하버드 대학교 석사학위 논문입니다. 제주도나 한국 사람도 아닌 미국 사람이 쓴 석사학위 논문이 4.3 첫 논문이니까 그동안 4.3 사건을 몰랐다는 게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그래서 직권재심 합동수행단 일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 많이 하고 정말 사법시험 공부하듯이 공부했어요.

◇박혜진> 일을 하면서 수많은 유가족분들을 만나셨을 텐데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시다면 어떤 분을 떠올리실 수 있을까요.

◆변진환> 어떤 희생자의 따님이셨는데 자기는 태어났을 때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그 당시 사진이 있는 경우가 사실 찾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기록들을 찾다가 마산 형무소 수용자 신분증에 그분 아버님 사진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분께 사진을 드렸더니 너무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박혜진> 녹취록이 제주 방언이다보니 해독하는 과정도 참 쉽지 않을 텐데 어떻습니까.

◆변진환> 제주도 사투리를 들어만 봤지 글로 쓰인 걸 잘 읽어본 적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주도 사투리로 한 걸 녹취록을 만들면 저는 글로 쓴 걸 읽는 거거든요. 참 어려웠구요. 또 수형인 명부에 이름과 본적이 쓰여 있는데 성명과 본적이 실제와 다르게 쓰이는 경우도 너무 많았습니다.

한자도 잘못 쓰인 경우가 많고 살던 주소를 본적인 줄 알고 착각해서 쓰는 경우도 있구요. 또 유족들한테 연락하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통신사에 조회를 해서 어렵사리 유족들에게 연락하면 직권재심에 대해 설명 드리는 것도 굉장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검찰에서 연락했다고 하면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도 하구요.

◇박혜진>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시죠  

◆변진환> 4.3사건으로 제주도민과 희생자분들, 유족들이 70여 년 세월 동안 정말 말 못할 아픔과 고통 속에 인고의 세월을 보내왔습니다. 수행단은 이런 아픔들을 잘 이해하고 또 직권재심을 통해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주도청 4.3지원과와 4.3평화재단, 4.3연구소 등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박혜진> 지금까지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의 변진환 검사였습니다.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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