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설화에 김기현 “엄중 경고”···이번엔 약발 먹힐까

정대연·이두리 기자 2023. 4. 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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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소속 인사들의 잇따르는 말썽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김기현 당대표가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장애요인이 되면 누구든지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당 내부를 향한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당대표 선출 한 달 만에 리더십 위기를 맞은 그가 조직 기강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재·보궐 선거에서 울산 기초의원 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하는 등 아쉬운 결과를 기록하면서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여당 내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당을 이끌어가는 주요 구성원들이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언행을 하는 일이 최근 빈발하고 있다”며 “당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한다. 이 시각 이후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당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현재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전원이 사퇴한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물의를 빚은 사람은 자격평가 때 벌점을 매기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비롯한 선거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설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 4명 가운데 벌써 3명이 말 때문에 논란이 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 반대·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칭송·제주4·3사건 ‘격’ 발언으로 ‘쓰리아웃’을 당해 4월 한 달 동안 공개활동을 중단했다. 전당대회에서 4·3사건 김일성 개입설을 제기했던 태영호 최고위원은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대표 취임 후 당 1호 특별위원회로 설치된 ‘민생119’ 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안을 설명하면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언급해 야당과의 프레임 대결 주도권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인 김영환 충북지사와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관할지역에서 산불 진화 작업이 진행되던 와중에 각각 술자리와 골프장을 찾아 비판받았다.

김 대표 입장에서 전날 치러진 재·보궐 선거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김 대표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4선을 한 울산의 기초의원 선거(남구 나)에서 여당 후보(신상현)가 민주당 후보(최덕종)에게 패했다. 전북 전주시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가 득표율 8%로 후보 6명 중 5위에 그쳤다. 김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두 지역을 찾아 후보들을 지원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전주을 당협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이 앞서 출마 의사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선거운동에 차질이 빚어진 것과 관련해 정 의원에 대한 인사조치 여부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전 당대표, 김웅·허은아 의원,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등 비윤석열계 인사들은 선거 결과와 관련해 내년 총선을 우려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 전 대표는 “PK(부산·울산·경남)에서 이런 심상치 않은 상황이면 수도권에서는 강남도 안심 못 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방치할 경우 당대표직 수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 김 대표가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최근 정부·여당이 위기를 겪는 상황인데도 당 주요 인사들이 위기 의식 없이 잦은 구설수에 오르는 데 대한 답답함과 분노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의 정책 공조 강화, 당의 안정 속 개혁으로 지지율 하락 국면을 벗어나고자 고군분투하는데, 계속되는 논란으로 모든 노력이 주목받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윤리위 구성, 공천 기준으로 반영할 혁신안 마련, 전국 당협위원회 대상 당무감사 등을 통해 당 기강 확립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윤리위원장 물색과 혁신안 논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김 대표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는 불확실하다. 당원 투표로만 뽑힌 최고위원들이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하면서 2030·중도층·무당층 등에서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데, 김 대표가 첫 당직 인선을 친윤석열(친윤)계 일색으로 하면서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김재원 최고위원이 처음 논란이 됐을 때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친윤계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당대표 자리에 오른 김 대표가 앞으로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제기된다. 여당 한 관계자는 “당이 점점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당대표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 설화가 생기면 단호하게 조치를 취하고 문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지도부도 오래 못간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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