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론스타 먹튀 악몽 여전 … PEF "당국 지침 철저히 따르겠다"
카드·보험사 지분 인수 활발
'마지막 관문' 은행만 남아
◆ 사모펀드 은행 진출 ◆
국내 사모투자펀드(PEF)들의 지방 금융지주사 인수가 현실화되려면 PEF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과거 외환은행을 인수·매각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남겨 '먹튀' 논란을 일으킨 미국계 PEF 론스타로 인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 사건'은 2003년 8월 미국계 PEF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후 9년 뒤인 2012년 하나은행에 되팔아 4조원 넘는 수익을 챙긴 건이다. 당시 일로 한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PEF들의 금융사 인수가 금기시되다시피 했다.
실제 2000년대 중반 외국계 사모펀드의 대항마를 키우기 위해 국내 토종 PEF 시장이 태동했지만 10년 가까이 국내 PEF들은 금융사 인수 사례가 전무했다. 그러다 2013년 MBK파트너스가 당시 국내 5위권 생명보험사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한국법인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PEF의 금융사 인수를 제한했던 사슬이 풀리게 된다. MBK파트너스는 이후 ING생명을 오렌지라이프로 사명을 바꿔 기업공개(IPO)에 성공했고, 2018년에는 신한금융그룹에 매각하며 2조3000억원대 차익을 챙겼다.
ING생명 투자 이후 PEF들의 국내 금융사 투자는 봇물을 이루게 된다. PEF들은 금융당국 규제를 준수하며 금융지주, 인터넷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 나갔다. 이들은 다년간에 걸쳐 여러 금융 분야에서 투자와 경영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국내 토종 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비경영권 지분을 각각 5.6%와 4% 확보했다. 특히 IMM PE는 우리금융지주 주요 주주로서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고 이사회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PEF들은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시중에 매물로 나온 금융사들도 인수했다. 롯데그룹이 내놨던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은 각각 MBK파트너스와 JKL파트너스가 인수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힘써왔다. 이 중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매각 작업을 진행하다 중단한 상태로, 우선 롯데카드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를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하며 4000억원을 회수했다.
무엇보다 국내 PEF들은 개별 금융사에 대한 금융당국 규제 준수와 더불어 PEF 운용사 자체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의 깐깐한 감독과 검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PEF들은 향후 지방 금융지주사 투자 시 자금 회수와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무리 없이 진행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PEF들이 무리한 투자 회수(엑시트)를 추진하거나 피투자회사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적발되면 운용사는 사실상 자본시장에서 퇴출되는 절차를 밟을 수 있어 규제 위반을 일으킬 유인은 작다"고 주장했다.
[강두순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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