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는 어쩌다 '리니지 아버지'에 총을 겨눴나[사이다IT]

최은수 기자 2023. 4. 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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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엔씨,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에 저작권 침해 소송
김택진-송재경, '리니지' 신화 일군 동지→소송 원·피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오른쪽) 이미지.(사진=각 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국내 대형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출시된 모바일 게임 신작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을 베꼈다며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등 대형 게임사간 소송도 이례적입니다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과거 창업 동료이자 '리니지 아버지'로 불리는 1세대 개발자 송재경 대표를 타깃으로 제기한 소송이라는 점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습니다. 엔씨소프트 측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가 3월 21일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에서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과 단순히 장르적 유사성을 넘어 엔씨소프트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리니지2M과 아키에이지 워 게임 시스템 유사 사례(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유 시스템·핵심 콘텐츠·UI 동일"…엔씨가 소송에 나선 이유

많은 리니지 라이크 게임 가운데 엔씨소프트가 신작 '아키에이지 워'를 콕 찝어 고소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후 리니지2M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 사실입니다. 유명 게임 인플루언서도 유튜브 등에서 이러한 점을 문제제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죠.

엔씨소프트는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고유 시스템인 ▲클래스(직업) 시스템 ▲주·부무기 시스템 ▲신탁 시스템클래스, 그리고 성장과 전투에 필요한 핵심 콘텐츠인 ▲PvP 시스템 ▲제작 ▲아이템 강화 및 컬렉션 ▲사냥 편의 시스템 등과 게임 UI에 해당되는 ▲메인화면 ▲환경설정의 구성과 명칭 ▲퀘스트 ▲거래소 ▲버프창 ▲스킬 및 아이템 설명 등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 UI에서 캐릭터 선택창, 게임 플레이 화면, 거래소가 동일하고 환경설정의 경우 항목 및 표현이 전체가 똑같다는 설명입니다. 게임 시스템에서도 모바일 환경의 전투 편의를 위한 ‘타겟 스캐닝, 랭킹 시스템과 혜택, PvP 결과와 복수 및 조롱 등 이용자간 상호작용 등이 시스템과 UI를 모방했다고 주장합니다. 주무기나 부무기 등 2종의 무기를 혼합해 사용하는 리니지2M의 고유한 시스템을 따라했고, 강화 시스템 전반의 매커니즘과 사용 재화를 '모방'했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모방', '동일' 표현을 쓰면서까지 엔씨소프트가 아키에이지 워가 단순히 리니지2M 유사성을 띄는 수준이 아닌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아키에이지 워는 리니지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키에이지 워는 구글플레이 매출 2~3위를 들 정도로 리니지2M과 리니지W를 제치고 1위인 리니지M을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가만히 지켜볼 수 만은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김택진-송재경, '리니지'로 한솥밥 먹던 사이에서 소송전으로

주목되는 것은 엔씨소프트가 소송을 제기한 아키에이지 워 개발사 엑스엘게임즈 CEO(최고경영자)가 '리니지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경 대표라는 점입니다. 송 대표는 온라인 게임 대명사 '리니지'를 직접 개발한 1세대 개발자인데요.

당시 '아이네트'에서 '리니지'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송재경 대표는 이 회사가 통신업종으로 주력사업을 바뀌자 당시 김택진 대표의 제안을 받고 벤처기업이던 엔씨소프트에 개발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1997년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가 탄생합니다. 리니지 출시로 국내에 2D 온라인게임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됐죠. ‘리니지’는 짧은 기간에 국내 시장을 평정했고 엔씨소프트는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단숨에 성장했습니다.

송 대표는 지난 2003년 엔씨소프트를 돌연 사임했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송 대표가 김택진 대표와 갈등을 빚다 회사를 떠났다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실제 송 대표는 해외 개발사 영입이나 온라인게임 퍼블리싱과 관련해 김택진 사장과 잦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었죠.

이후 송 대표는 엑스엘게임즈를 세우고 첫 작품으로 온라인 레이싱 게임을 선보였지만 큰 흥행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어 그의 노하우를 살려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를 출시해 어느 정도 성과를 냈습니다. 이어 모바일게임 '달빛조각사'를 개발했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를 맡았습니다. 다만 흥행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죠.

그리고 지난 2020년 카카오게임즈는 엑스엘게임즈를 지분 약 53%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인수했습니다.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엑스엘게임즈는 지난해 기준 매출 179억원, 당기순손실 340억원을 기록했으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는 아직 엔씨소프트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아직 침묵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 소장이 접수되지 않았다"라며 "소장을 확인한 후 회사의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송재경 대표 입장에선 엔씨소프트의 이번 소송이 당황스러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게임 산업계의 가장 위대한 IP(지식재산)로 평가받는 '리니지'를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 장본인이기 때문이죠. 물론 엑스엘게임즈가 모방했다고 주장하는 게임은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입니다만, 결과적으로 이 게임의 뿌리 역시 그가 개발한 '리니지'라 할 수 있습니다.

'리니지' IP의 소유권은 당연히 법인인 엔씨소프트에 있습니다만, '리니지' 신화를 함께 쓰며 국내 온라인 게임역사의 한획을 그었던 김택진 대표와 송재경 대표가 어쩌다 법정다툼을 벌이게 된 현실이 아쉬웠을 것입니다. 이는 김택진 사장도 마찬가지이겠구요.

리니지 라이크 범람…게임업계 지식재산권 소송 지속될 듯

만약 이번 소송에서 엔씨소프트가 이기게 될 경우 국내 MMORPG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입니다. 국내에 출시되는 다수의 MMORPG 가운데 소위 '리니지 라이크'가 아닌 게임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니지 라이크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페이 투 윈(P2W·Pay to Win) 과금 모델을 바탕으로 하고 플레이어 킬(PK)과 자동 전투 위주의 플레이, 이를 뒷받침할 변신, 탈 것, 펫, 강화·변신 뽑기, 보스 사냥 그리고 유저인터페이스(UI)까지 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성을 띄는 것을 의미합니다.

리니지 시리즈가 국내 MMORPG 시장을 선점하면서, 중소 게임사 뿐만 아니라 대형 게임사들도 MMORPG를 출시할 때 리니지 요소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흥행 실패 가능성이 적고, 게임 이용자 '큰 손'인 린저씨(리니지 유저)들을 뺏어오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다가 안전하게 매출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성공방식으로 자리잡은 셈이죠.

엔씨소프트는 앞서 2021년 6월 'R2M'을 서비스하는 웹젠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R2M에서 리니지M을 모방한 듯한 콘텐츠와 시스템을 확인해 당사 핵심 IP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한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1심을 진행 중입니다. 이번 아키에이지 워 법적 분쟁 역시 결론이 나오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법원에서 엔씨소프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입니다. 게임업계에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 받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 엔씨소프트가 당시 웹젠 R2M의 어느 요소가 리니지M을 모방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과 달리 이번에는 ‘리니지2M’ 고유의 시스템, 성장과 전투에 필요한 핵심 콘텐츠, 게임 UI 등이 저작권을 침해한 사례라고 밝히며 '초강수'를 뒀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정준모 법무법인 다빈치 변호사는 "100% 게임을 복제한 게 아닌 이상 게임에서 콘셉트나 장르의 유사성만으로 지식재산권 침해를 인정 받기 쉽지 않다"라며 "지식재산권을 과도하게 인정해주면 게임 개발에 독점권을 주는 그림이 되기 때문에 법원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승소 여부와 별개로 엔씨소프트의 이번 소송은 게임업계에 날리는 '경고장'이기도 합니다. 엔씨소프트 측은 "지식재산권은 장기간 연구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로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하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라고 피력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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