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음료' 먹고 구토, 어지럼증 호소…우리 아이 중독된 거 아닐까요?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2023. 4. 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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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마약 안전지대' 아니다

강남 학원가가 '마약 음료'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현재 경찰에 신고된 피해 학생만 6명입니다. 학원가 인근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피해 조사를 벌이고 있어서 피해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왜 중요한데?

강남 학원가를 덮친 '마약 음료', 분석 결과 필로폰 성분이 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필로폰은 우리 몸속에 들어가면 뇌에서 도파민 수치를 12배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도파민은 뇌의 강력한 흥분제입니다. 평소보다 감각 세포들이 이상하게 초절정 상태에 있게 되면서 환각, 환청, 그리고 가려움과 같은 이상한 느낌들을 갖게 되는 겁니다. 도파민은 또 중독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뇌로 과다하게 들어가면 뇌를 강하게 흔듭니다. 흔히 차를 타거나, 배를 탔을 때 머리가 흔들리면 어지럽고 토가 나오는 것처럼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면서 구토, 어지럼증 증세로 이어지는 겁니다.

다만, 여기까지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구토, 어지럼증과 같은 불편한 증세로 중독될 위험성은 없습니다. 중독은 유포릭 상태, 즉 '유희'에 도달해야 중독될 수 있습니다. 지금 학생들에게선 그런 상태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좀 더 설명하면

학생들에게 다행인 건 소화기관을 통해 마약 성분을 흡수했다는 점입니다. 소화기관을 통한 흡수는 느리고, 요구르트나 유산균 등 이물질과 섞인 상태로 보이기 때문에 흡수가 더 잘 안 됐을 걸로 추측됩니다.
하지만, 만약 흡입했거나 주사제로 투입됐다면 단 한 번만으로도 중독될 위험성이 큽니다. 범죄자들이 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방법을 동원했다면 피해는 훨씬 더 심각했을 수 있습니다. 지금 학생들의 피해가 경미하다, 그러니까 별거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한 걸음 더

'마약 음료'를 유포한 일당들은 학생들에게 '집중력 향상'이라는 미끼를 던졌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필로폰 역시 약에서 출발한 건 맞습니다. 1893년 일본 도쿄대 연구팀이 감기약으로 괜찮은 게 없을까라며 여러 물질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됐습니다. 마황이라는 물질에서 에페드린을 추출해 최초로 합성을 한 건데, 감기 환자들에게 이 약을 썼더니 감기가 씻은 듯이 나은 것처럼 보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감기가 나은 게 아니라 각성 효과 때문에 감기 증세가 나은 것처럼 보였던 겁니다. 이후 각성 효과가 주목을 받으면서 피로 회복제로 둔갑됐습니다.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에서 군인들에게 피로 회복제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이 약을 많이 투약했던 군인들에게서 '시각과 청각의 왜곡' 등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고 중독 증세가 확인된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뇌를 MRI로 촬영해봤더니 기억과 전반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보통 사람보다 심각하게 훼손돼 있었습니다.
 

또 다른 관점


우리나라 마약 상태가 어떤지 식약처가 두 가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수도 조사와 우리나라 마약류 통합 시스템을 분석한 겁니다. 먼저, 하수도 조사 결과, 심각했습니다. 전국의 57개 하수도에서 필로폰이 국민 1,300명당 1명꼴로 매일 투약할 수 있는 양이 검출됐습니다. 결과를 그대로 해석할 순 없지만 단순하게 본다면 우리나라 인구 1,300명 중 1명이 매일 필로폰을 투약하고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불법적인 마약이 아닌 병원 등에서 의료용으로 쓰이는 마약류는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조사해본 결과, 지난해 국내에서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는 하루 47만 건에 달했습니다. 한 달이면 1천만 건, 1년이면 1억 2천만 건에 달합니다. 국민 2.7명당 1명이 매일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5년 새 10대 마약사범의 수는 4배 정도 급증했습니다. 마약 중독 병원에서 중학생, 고등학생 환자를 찾는 게 이제는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불법 마약이든, 의료용 마약류든 많이 노출돼 있고 젊은 층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안 좋은 징후가 수치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불법 마약이 대치동에 있는 어린 학생들까지 공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고, 우리가 마약 문제를 더이상 외면하거나 느슨한 시각으로 바라볼 문제가 아니란 의미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그동안 마약 중독 치료를 받는 분들을 만나면 그분들이 꼭 전해달라고 당부한 말씀이 있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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