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알렸던 권경애 변호사가 학교폭력으로 숨진 피해자 측을 제대로 대리하지 않아 피해자 측이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대한변호사협회는 권 변호사 징계 과정에 착수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소송비용 회수 포기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오늘(6일) "이번 일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한다. 유족에 깊은 위로를 표한다"며 "협회장 직권으로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변협 회규에 따르면 협회장은 징계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회원을 조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습니다. 징계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를 결정합니다.
같은 날 서울시교육청은 "내부 규칙에 따라 피해 학생 측에 소송비용을 청구했다"며 "조만간 소송심의회를 열어 소송 비용에 대한 회수 포기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상대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거나 공익 소송 등으로 상대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경우 예외적으로 소송비용을 회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교육청 소송사무처리 규칙에 따른 겁니다.
재판 '3번 불참'…학폭 유족 패소
앞서 지난해 11월 24일 서울고법 민사8-2부는 학교폭력 피해로 숨진 자녀를 대신해 모친 A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로 판결한 바 있습니다.
A씨의 딸 B양은 지난 2015년 학교폭력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후 A씨는 서울교육청과 학교법인, 가해 학생 부모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때 권경애 변호사가 소송 대리를 맡았습니다.
1심에서는 가해 학생 중 1명의 부모를 상대로 승소 판결이 났습니다. A씨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이들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권 변호사가 지난해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세 차례 열린 항소심 재판에 모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A씨 측 항소는 취하됐습니다. 민사소송법 제 268조에 따르면 재판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권 변호사의 3회 불출석을 소 취하로 판단했습니다.
A씨는 패소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로 인해 시기를 놓쳐 대법원에 상고하지 못했으며 2심에서 원고 패소로 확정돼 유족은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A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3월 권 변호사에게 재판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 소송이 취하됐다고 했다"며 "도대체 왜 안 갔냐고 물으니 한 번은 몸이 아파서였고 다음 날은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는 "공개 사과문을 게시하라고 했더니 '그렇게 되면 자기는 매장된다'며 '그것만은 봐달라'고 애원했다"며 "정치만 떠들면서 자신이 맡은 사건을 '불참'으로 말아먹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토로했습니다.
A씨는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이겼다고 떠들고 다닐 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한다"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딸을 2번 죽였다"고 비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