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1400만 주주 시대, 행동주의 입김 세질 것"
펀드 경영참여 피할 수 없어
기업들, 합리적 제안 검토해
기업가치 높일 계기 삼아야
투자자 모두 눈앞 이익보다
장기적 주인의식 가져야할 때
"한국도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에 소액주주와 대상 기업 저마다 합리성을 따지는 등 시장이 성숙해졌습니다.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행동주의 펀드 제안에 기업들도 대비해 기업가치 제고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지난 5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정형진 한국대표(사진)는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면서 최근 활발해진 행동주의 펀드의 잠재적 대상 기업들도 철저한 준비로 체질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골드만삭스 매니징디렉터(MD)로서 소프트뱅크의 쿠팡 투자 자문을 비롯해 과거 현대자동차그룹과 엘리엇(2018년) 분쟁에서 방어전을 이끌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활발해진 배경은 소액주주 인구 증가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과 같은 제도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주식 투자 인구는 기존 600만명에서 1400만명으로 소액주주가 늘었다"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단순 투자자가 아닌 기업과 장기적으로 동행하는 주주로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과거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사냥꾼' 또는 '먹튀' 이미지가 강했다면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지친 국내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앞세운 주주제안을 대체로 긍정하는 추세다.
그러나 행동주의 펀드 활동을 기업 입장에서 반드시 '적대적 공격'으로 인식하거나 소액주주 입장에서 무조건 '호재'로 인식하는 이분법 대신 장기 기업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행동주의의 표적이 된 기업들은 당장은 괴롭지만 합리적 제안은 검토하면서 자본 배치 효율성이나 장기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며 "소액주주도 당장 시세차익을 노린 매매나 근시안적 배당 확대에 무작정 찬성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는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된 기업들은 미국, 일본 등 선진 시장에 비해 방어 수단이 부족한 규제 환경으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미국, 일본, 영국 등은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할 때 기업들이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의 방어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상법상 3가지 방어 수단을 쓸 수 없다.
정 대표는 "한국의 높은 상속·증여세제로 지분 축소 압박을 받아온 중견·중소기업 오너 경영진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되거나 사모펀드에 기업을 매각해 현금화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외국 기업처럼 사전에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행동주의 공격 이후 사후적인 구조 개편 등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된 선진 시장에서는 글로벌 IB들이 기업고객을 상대로 효율적인 행동주의 방어 전략을 마련해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2019~2022년 4년 연속 글로벌 IB 가운데 가장 많은 기업에 행동주의 방어를 위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남양유업·한국알콜 감사위원 선임 등 일부 안건을 제외하면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대부분은 부결됐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행동주의 방어전을 위한 자문 서비스를 찾으면서 발 빠른 대응이 승부를 갈랐다는 게 정 대표의 평가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거버넌스 약점을 공격하기 쉽지만, 자본 배치의 효율성과 사업 개편에 대해선 장기간 업력을 쌓은 기업을 이기기 어렵다"며 "행동주의가 공격을 개시한 직후 48시간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며 이 방면에서 노하우를 쌓은 자문사와 함께 주주를 설득할 내러티브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갑성 기자 / 조윤희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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