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매카시 회동에 말폭탄 쏟아낸 中, 무력시위 수위는?

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2023. 4. 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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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외교부 등 5개 기관 동시에 성명 발표해 미·대만에 십자포화
회담 전후해 대만해협에 항공모함 급파 등 계속된 무력시위
팰로시 대만 방문 당시와 같은 고강도 무력시위 '아직' 없어
미국서 회동, 대만 여론 등 고려 무력시위 수위 조절 관측도
관영매체 '팰로시 때와 유사하게'→'장기간 지속' 입장 변화
대만군에 포착된 중국군 Ka-28 대잠수함 헬리콥터. 연합뉴스

중국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회동하자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 등 관계기관이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말폭탄을 쏟아냈다.

두 사람의 회동 전 항공모함까지 대만해협에 급파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던 중국이 회동 이후에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가운데 향후 중국의 대응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개 관계기관 동시에 성명 발표하며 십자포화


중국 외교부는 회동 직후인 6일 오전 대변인 명의 성명을 발표하고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자 중미 관계의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한계선"이라며 "미국-대만의 심각한 잘못된 행동에 대응하여 중국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국방부 역시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은 대만 문제에서 중국에 대한 엄숙한 정치적 약속을 존중하고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을 중단하며, 대만과의 공식 교류를 중단하라"면서 "인민해방군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 그리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사무판공실 역시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과 그 행위를 단호히 처벌할 것"이라며 "통일을 추진하는 중국의 아들딸들의 강력한 힘에 의해 독립을 추구하는 그 어떤 행위도 산산조각 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외교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미국과 대만의 어떠한 형태의 공식적인 교류도 단호히 반대하며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왜곡하고 공허하게 만드는 것을 중단하고 한계선을 넘는 위험한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미국 측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어하려 도모하는 자는 반드시 자기가 지른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아직은 잠잠한 대만해협…팰로시 방문 때와 다를까?


인민해방군 군용기의 대만 주변 공역 활동 상황도. 대만 국방부 제공

중국은 말폭탄 뿐만 아니라 경고성 무력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인민해방군 소속 항공모함인 산둥함 전단은 전날 대만 동남부 해역을 거쳐 서태평양에서 훈련을 벌였는데, 이날도 대만 동부 해안에서 약 210㎞ 떨어진 지점에 자리를 잡고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인민해방군 소속 Ka-28 대잠수함 헬리콥터 1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가 중국 공역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대만과 인접한 푸젠성 해사국도 전날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대형 해양순시선을 대만해협에 파견해 합동 순항·순찰 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때 벌였던 중국군의 고강도 무력도발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인민해방군은 대만섬을 포위하는 형태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는데 대만섬 상공을 지나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중국이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대만을 직접 방문했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미국땅에서 회동이 이뤄졌고, 집권여당 소속이었던 팰로시와 달리 야당 소속인 매카시의 입장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대만인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해 오히려 독립세력이자 현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관측이다. 중국 정부는 친중 성향의 국민당으로의 정권 교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시에 중국이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유럽과의 관계도 고려 대상이다. 호주국립대학의 양안(중국과 대만)관계 전문가 원티 성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런 국면에서 군사적 긴장을 심각하게 고조시키면 중국을 방문 중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의 처지가 곤란해질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유지해온 유럽-중국 간 유화적인 기류가 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두 사람의 회동시 팰로시 방문때와 "유사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보도했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는 이날은 익명의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장기간 지속되는 군사훈련을 계속 조직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강도는 낮추되 장기간 상시적으로 무력시위를 이어가며 적을 괴롭히는 '회색지대 전술'을 구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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