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구조조정 CJ ENM, 오너 파티룸에 이어 안준영PD 재입사 ‘반성은 멀었나’[스경X초점]

하경헌 기자 2023. 4. 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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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 조작투표 관련 혐의로 실형을 산 후 최근 CJ ENM에 재입사한 사실이 알려진 안준영PD. 사진 스포츠경향DB



지난 2019년 12월30일 당시 CJ ENM의 허민회 대표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조작 혐의로 책임PD(CP)와 연출자가 구속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당시 그는 피해자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과 함께 K-팝 기금의 출연도 약속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중문화 분야에서 공정의 가치가 실추된 데에 대한 사과가 중점이었다. 허 대표는 “우리의 잘못”이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천명했다.

그로부터 3년 4개월, 상황은 반전했다. 당시 ‘프로듀스 101’ 조작투표에 관여해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용범CP를 비롯해 연출자 안준영PD의 재입사가 결정됐다. 이들의 재입사는 퇴사 때와는 다르게 조용히 진행됐으며, 언론을 통해 논란이 되자 CJ ENM은 “과오에 대한 반성을 했고, 신뢰가 회복됐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했다. 이 표현 역시 논란이 되자 이제는 재퇴사를 논의 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CJ ENM이 안준영PD를 다시 껴안으려 하는 데 대해 방송가에서는 CJ ENM의 현재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CJ ENM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 기준으로 4조79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4.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47억원으로 같은 기간 53.7% 감소했다. 순손실이 1657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상황이다.

2019년 12월30일 서울 상암동 CJ ENM에서 열린 ‘프로듀스 101 조작투표 관련 대국민 사과회견’ 현장에서 당시 CJ ENM 허민회 대표가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 스포츠경향DB



OTT 플랫폼의 성장으로 콘텐츠 시장의 중심이 TV보다는 모바일, 방송사보다는 IP(지식재산권)으로 이동했고 그 와중에 이진주, 김민석, 박근형, 정종연, 이태경, 정효민PD 등의 스타PD들이 외부로 이적했다.

수뇌부는 이 와중에 지난해 1월 할리우드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츠(현 피프스 센스)의 지분 80% 정도를 9300억원의 가격에 인수해 유동성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생각보다 글로벌 성과가 나지 않자 자구책이 필요해졌고 과거 올리브영과 푸드빌에서 구조조정을 성공시킨 구창근 대표가 취임해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외부적인 위기에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야 할 시기였지만 CJ ENM의 수뇌부는 그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듯하다. 이미경 부회장의 호화 파티룸 논란이 나왔다. 상암동 사옥의 최고층이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데 이 공사에 100억원대의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직장인 비실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최근 CJ ENM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명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지난 27일에는 폭발 같은 소리도 나 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이 커뮤니티에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권고사직을 당한 사연이 올라오는 등 내부적으로 불만이 가중되는 모습을 여과없이 노출하고 있다.

서울 상암동 CJ ENM 사옥. 사진 스포츠경향DB



이에 대해서도 CJ ENM은 리모델링에 대해 “노후공간에 대한 리모델링이며 불편이 없도록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과 “책임 경영,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조직 내 변화는 불가피하다. 고통스럽지만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시점에서 다시 안준영PD의 재입사 소식이 나왔다. 이 소식은 콘텐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범법행위를 저지른 이의 복권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 또한 선량하게 일해왔던 다른 직원들의 허탈함을 배가하는 결정이기도 하다.

2020년 들어 사회의 큰 화두로 부각하고 있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는 다수가 봤을 때 이치가 맞는 결정과 행동이 이어질 때 부합될 수 있다. 회사의 수익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100억원대의 공사가 우선 강행되고, 회사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 연출자의 재입사가 수익의 보전을 위해 추진된다면 나머지 구성원들의 박탈감은 누가 채워줄 수 있을 것인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2019년 허민회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잘못인지 알면서도 관행처럼 하고 있는 일은 없는지, 시청률만 좇다가 기본 윤리를 저버리는 일은 없는지 철저하게 살피고 고치겠다”고 말했다. 다시 질문도 돌아간다. 과연 반성하고 고치는 시간은 있었는가. 지난 3년 4개월의 교훈은 무엇인가.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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