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성 기자의 마스터스 라이브] 아내 오지현의 버디, 새신랑 김시우 '펄쩍펄쩍'
KLPGA 7승 거둔 오지현
9번홀 115야드 완벽한 티샷
홀 70㎝ 붙자 김시우 환호
"우린 서로 선물 같은 존재"
임성재 부부도 함께 9홀 돌아
◆ 조효성 기자의 마스터스 라이브 ◆
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 위치한 파3 코스 9번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7승을 거둔 오지현이 호흡을 가다듬은 뒤 티샷을 날렸다. 공은 커다란 연못을 건너 그린에 떨어지더니 홀 70㎝ 앞에 멈춰 섰다. 앞서 경기를 치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톱골퍼들보다 더 좋은 결과. 순간 뒤에서 아내 오지현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주던 김시우는 양손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한 뒤 달려 나가 크게 점프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김시우가 이렇게 환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축하를 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낯설지만 '역시 결혼의 힘'이었다. 파3 코스를 가득 메운 갤러리 수만 명에게 환호를 받으면서 그린에 오른 오지현은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현장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아내 오지현의 버디로 이날 4언더파를 기록한 김시우는 공동 4위에 올라 기분 좋은 '신혼 이벤트' 하나를 완성했다.
세계 골프 대회 중 가장 독특한 사전 행사가 바로 '파3 콘테스트'다. 1960년 시작된 이 행사는 출전 선수들의 가족, 아이, 부모, 지인 등이 함께 참여해 마치 축제처럼 진행된다. 2011년 양용은은 의형제를 맺은 가수 이승철과 호흡을 맞췄고, 최경주는 경매로 캐디를 구한 뒤 그 돈으로 이웃을 돕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임성재의 아버지 임지택 씨가 한 티샷이 홀 1.5m에 붙어 화제가 됐다.
경기를 마친 뒤 만난 오지현은 "남편 덕분에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마스터스 출전권이 있어야만 참가할 수 있는 행사이기에 정말 기분이 좋다"며 "남편의 모습을 코스 밖에서는 많이 지켜봤지만 이렇게 함께 코스 안에서 갤러리들이 환호해주고 박수를 받는 모습을 직접 보고 느끼니 정말 멋있더라. 자랑스러웠다"면서 기분 좋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KLPGA 투어 챔피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배경도 있다. 앞서 '제5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연습 라운드에서 오지현은 가장 어렵다는 17번홀(파3)에서 샷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연습 부족으로 공이 물에 빠졌다. "당시에 아쉬운 마음이 너무 컸고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한 오지현은 "오늘 오전에 드라이빙레인지에서 20분 정도 샷 연습을 했고 버디까지 잡았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공이 그린에 올라간 것을 보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오더라"면서 환하게 웃어 보였다.
경기를 마친 뒤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사인을 하고 뒤늦게 나타난 김시우는 '아내 오지현이 오늘 큰 선물을 받았다'는 말에 "사실 오늘 이 자리는 아내가 없었으면 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결혼 전까지 마스터스 출전권이 없었다. 하지만 결혼하자마자 우승했고 우리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오히려 아내가 내게 가장 큰 선물"이라며 수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오늘 결혼 이후 가장 행복하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운을 뗀 김시우는 "결혼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톱10이 아니면 실망하고 대회 도중 집중력이 떨어지고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끝까지 좋은 경기를 펼치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극과 극'이 아닌 '꾸준한 톱 25위'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 김시우의 말에 옆에 있던 오지현은 "사실 내가 요새는 대회 나갈 때 '자기야 돈 많이 벌어 와'라며 압박을 한다"면서 농담을 하기도 했다.
김시우에게 결혼이 준 변화는 '마음가짐'뿐만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김시우는 "앞서 코로나 기간에 홀로 투어 생활을 해야 했다. 밥 먹는 것부터 모든 것을 혼자 했다. 그런데 지금은 늘 옆에 있어주는 내 편이 있다. 정말 행복하다. 결혼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며 '아내 바보'의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또 다른 '새신랑' 임성재도 아내와 함께 9개 코스를 돌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임성재의 아내는 골프를 잘 치지는 못하지만 남편 옆에서 수많은 팬들에게 응원을 받으며 9홀을 함께 돌았다.
"아내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있는 게 어색해 좀 굳어 있었다"고 말한 임성재는 "아내가 많은 군중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응원하는 한가운데에서 캐디복을 입고 함께 경기하니 '우리 남편이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구나' 하더라. 기분 좋고 어깨가 으쓱했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오거스타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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