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틀 만에 “농업직불금 5조원까지 확대” 발표
국민의힘과 정부가 6일 올해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고 농업직불금 예산을 내년 3조원으로 확대하는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후 농심 이반을 막기 위해 후속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농민단체와 함께 한 민·당·정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쌀 수급안정, 직불제 확대 및 농업·농촌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이 80㎏에 20만원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논에 벼 대신 논콩, 가루쌀 등을 심어 쌀이 적정량 생산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논에 일반벼처럼 재배할 수 있는 가루쌀 품종을 심게 해 생산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당정은 또한 수확기 쌀값 하락 조짐이 보이면 쌀 수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쌀값이 폭락한 뒤에야 정부가 나서면 늦으니 쌀의 초과 생산 시 정부의 쌀 수매를 강제하는 양곡관리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 문제의식을 일정 정도 수용한 것이다. 농가 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농업직불금은 내년 3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2027년까지 5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당정은 밥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대학교 학생식당에서 아침식사를 1000원에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11월까지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설립해 농민들이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유통망 확대 정책도 내놨다.
박 정책위의장은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 꿀이 아니고 독”이라며 “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쌀 산업과 농업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쌀값 불안정성과 농가 경영 불안 가중 등 농업계 불안과 어려움이 크다는 것 또한 잘 안다”고 이날 대책을 내놓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는 윤 대통령의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가 농민들을 방치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서둘러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로 돌아온 양곡관리법의 재의결 방침을 밝히면서 국민의힘에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하는 TV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등 공세를 펴는데 이에 대응하는 성격도 있어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양곡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재의요구권 행사까지 가기 전에 정부·여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내놓고 야당을 설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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