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관광객에 요금 징수 검토... “환경 복원 비용 걷겠다”

미국 하와이가 주립공원과 숲·공원 등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요금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광객이 지나간 자리 곳곳에서 파괴된 자연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 이에 따른 비용을 관광객으로부터 거두겠다는 의지다.

5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하와이 주의회는 관광객들이 주립공원 등을 방문하려면 1년 동안 유효한 관광 허가를 발급받거나, 일정 비용을 내고 패스권을 구입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하와이 와이아나파나파 주립공원의 검은 모래 해변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AP=연합뉴스

현재 하와이주 하원에는 15세 이상의 관광객이 숲, 공원, 등산로, 주립공원 등을 방문할 때 온라인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연간 허가권을 구입하는 내용이 제출돼 있다. 앞서 하와이주 상원은 관광 허가 수수료를 50달러로 책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 내용을 담은 법안을 오는 6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하와이주 토지천연자원위원회는 주 정부가 관광 허가가 필요한 장소를 정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현재 하와이 내 대부분의 주립공원과 산책로는 무료다. 다만, 30만 년 된 화산 분화구 정상까지 이어지는 도보 코스인 다이아몬드 헤드 등 인기 있는 장소 몇 곳은 요금을 받고 있다. 다이아몬드 헤드의 입장료는 1인당 5달러다.

하와이주 정부 관계자들은 하와이를 찾는 관광객의 패턴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관광객 1인당 일일 골프 라운드는 지난 10년 동안 30% 감소한 반면 하이킹은 같은 기간 50% 증가했다. 여기다 관광객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하와이 곳곳을 찾는다. 션 퀸란 하원 관광위원회 위원장은 “20년 전에는 가족과 함께 유명한 해변 한두 곳과 진주만을 찾았지만, 요즘은 인스타그램에서 본 코코넛 나무, 밧줄 그네까지 찾아다닌다”며 “하와이주 정부는 이 모든 장소를 관리할 돈이 없다”고 말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올해 초 “하와이에 사는 사람은 140만 명에 불과하지만, 하와이를 찾는 사람은 연간 900만~1000만 명”이라며 “관광객들이 하와이의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그린 주지사는 하와이에 입국하는 모든 관광객이 50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는 미국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고, 주립 공원과 산책로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좁혀졌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국제보호협회가 2019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하와이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연간 8억8600만 달러가 소요됐으나, 연방 정부와 하와이주 정부 등이 지출하는 금액은 5억3500만 달러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