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폭스콘 창립자도 출사표…내년 대만 총통선거, 미·중 대리전?

박가영 기자 2023. 4. 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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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타이밍 국민당 후보 출마 뜻 밝혀,
민진당은 라이칭더 후보 지명 예정…
전·현진 총통은 각각 중국과 미국행
궈타이밍 전 폭스콘 회장이 5일 대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총통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대만의 트럼프'로 불리는 궈타이밍 폭스콘 창립자 겸 전 회장이 대만 총통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여당인 민진당은 총통선거에 나설 후보를 사실상 확정하면서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내년 1월 선거를 앞두고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하면서, 대만 총통선거가 양국의 대리전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총통선거 '재도전' 나선 폭스콘 창립자…"'반중' 민진당 퇴진시켜야"
6일(이하 각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궈 전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국민당 총통 후보 지명전에 나서겠다"며 "중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과 미국 간 긴장을 완화하고 대만 집권 민진당을 퇴진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궈 전 회장은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대만 독립을 추구하고 중국에 적대감을 가진 민진당에 투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며 "평화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사람들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본토를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온 궈 전 회장은 친중 성향의 기업가로 분류된다. 궈 전 회장이 세운 폭스콘은 광저우 등 본토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지난달 실적 설명회에서 폭스콘 매출의 70% 이상이 중국 공장에서 나온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업이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궈 회장은 한때 대만 부호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부를 손에 쥔 그는 정치권력까지 갖기 위해 2020년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기업가 출신으로 공직 경험이 없다는 점과 공격적인 언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통선거 출마를 위해 2019년 국민당에 입당해 후보 경선에 도전했으나, 한궈위 당시 가오슝 시장에게 패배했다. 이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고집해 국민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궈 전 회장은 과거 논란을 의식한 듯이 국민당을 탈당한 데 대해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의 국민당 복귀는 4년 이내에 복당을 신청할 수 없다는 당 규정에 따라 올해 9월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궈 전 회장은 "총통 후보로 지명받지 못하더라도 국민당의 승리를 돕겠다"며 "국민당이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을 총통 후보로 선출한다면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민진당이 계속 집권할 수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허우 시장은 현재 국민당 내에서 가장 유력한 총통 후보로 거론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로이터=뉴스1
둘로 나뉜 대만?…전직 총통은 중국에, 현직 총통은 미국에
국민당과 민진당은 내년 선거에 나설 후보 윤곽을 어느 정도 잡은 상태다. 국민당은 최근 경선 대신 특별위원회를 통해 총통선거에 나설 후보를 뽑기로 결정했다. 후보군으로는 궈 전 회장과 허우 시장을 비롯해 주리룬 당 주석, 장제스 초대 총통 증손자인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 등이 꼽힌다.

민진당은 경선에 단독 출마한 라이칭더 부총통을 사실상 후보로 확정했다. 민진당 중앙상무위원회는 지난달 말 라이 부총통이 자격 심사를 통과했으며, 오는 12일 여권 대선 후보로 정식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진당은 지명이 끝난 후 선거전 활동에 본격 시동을 걸 예정이다.

중국에 우호적인 국민당과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이 맞붙는 2024년 총통 선거는 양안 관계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아는 "차이 총통의 후계자가 당선된다면 기존 정책이 대체로 유지될 테지만, 국민당이 승리하면 지정학적으로 중국에 훨씬 밀착하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총통선거가 대만을 둘러싸고 거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현직 총통들이 각각 친중, 친미 행보를 통해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마잉주 전 총통은 지난달 27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이다. 대만 전·현직 최고지도자가 중국 본토를 밟은 첫 사례다. 차이 총통은 지난 5일 중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미국을 경유해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났다. 미국 영토 안에서 대만 총통과 미 하원의장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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