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우영우’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내게 음악은 전부”
5세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
바이올린 연주로 세상과 소통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씨(19)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립교향악단 리허설룸에서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리허설룸에 들어오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안녕하세요. 저는 공민배입니다. 반갑습니다”라고 웃으며 인사했다. 그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폐인은 타인과 눈 맞추기를 힘들어하지만 그는 기자들과 눈을 똑바로 맞췄다.
그는 “제가 멋진 연주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게 음악은 전부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멋진 연주란 무엇이냐’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즐거운 마음, 편안한 마음, 그리고 진정한 마음. 좋은 생각이 들고요, 마음이 차분해져요.”
공민배씨는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시민 공연 ‘아주 특별한 콘서트’ 무대에 선다.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인 세계적 지휘자 얍 판 츠베덴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협연한다. 판 츠베덴은 무보수로 지휘에 나섰고 서울시향은 티켓 수익을 전액 기부한다. 판 츠베덴은 자폐인 아들을 키우며 1997년부터 자폐인 가족을 지원하는 ‘파파게노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공민배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짧지만 명확하게 대답했다. 바이올린의 매력에 대해선 “바이올린이 더 재밌습니다. 더 즐겁고, 더 잘합니다.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라고, 멘델스존에 대해선 “우아하고 감미로운 느낌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연주하면서 힘든 순간을 묻자 “힘들지 않습니다. 진짜 없습니다”라고, 협연하고 싶은 연주자를 묻자 “전부 다 입니다. 모든 곳에서 많은 분들과 연주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날 악단 없이 혼자서 협연곡 일부를 기자들에게 들려줬다.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금세 안정적인 선율을 찾았다. 중반에 판 츠베덴이 리허설룸에 깜짝 등장해 연주를 지켜봤다. 판 츠베덴은 손가락을 지휘하듯 휘저으며 연주를 들었고, 공민배씨가 연주를 마치자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판 츠베덴은 “공민배는 좋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훌륭한 사람”이라며 “음악적으로도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자폐인들은 아주 순수하죠. 여러분 생각보다 훨씬 더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더 많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판 츠베덴은 리허설 때 자신이 느린 템포로 지휘하자 공민배씨가 ‘더 빠르게, 제 템포에 맞춰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공민배씨는 판 츠베덴과의 연습에 대해 “그냥 좋아요. 완전 좋아요. 완전 재밌고 즐거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5세 때 자폐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 임미숙씨는 당시 공민배씨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타인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살았다고 전했다. 임씨가 퇴근할 때까지 돌봄 교실 역할을 했던 동네 음악학원에서 바이올린을 만나며 그는 변화했다. 혼자 오롯이 연주에 집중하며 바깥 세상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임씨는 “제 아들은 바이올린을 접하고 정말 모든 것이 좋아졌다. 우연한 계기가 아이를 살렸다”며 “자폐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저는 ‘어떤 악기든 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공립 특수학교인 화성나래학교에 재학 중으로 내년이면 졸업한다. 임씨는 아들의 음악대학 진학 여부가 고민이다.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공민배씨는 최근 세계적 지휘자들의 공연 영상을 보면서 지휘 공부까지 시작했다. 기자들이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하자 활짝 웃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제가 열심히 연습해서 많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곡을 배우고 해석도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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